[기획] 불편한 제복식 교복 이제는 바꿔야
[기획] 불편한 제복식 교복 이제는 바꿔야
  • 윤영상
  • 승인 2020.07.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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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교육청 편한교복으로 전환과정

[투데이충남/윤영상 기자]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학교 교육과정의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특히 이시기 중·고등학교에서는 내년 교복선정을 위해각급 학교의 교복선정위원회가 열리고 기존 교복을 계속유지할 것인지 어떤식으로든 변화를 줄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세종시에서는 2018년 참교육학부모회에서 편한교복 논의를 시작으로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편한교복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올해는 18개교로 특수학교 1개교 포함 43개 중·고등학교 대비 42%가 채택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교복착용 역사는 일제강점기 등을 배제하고 현대사를 중심으로 교복의 발전과정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1968년 문교부의 중학교 평준화시책에 따라 서울 시내 중학교의 교복·교모·모표가 통일되고,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지금 학생들의 부모세대들이 입었던 검은색 자켓에 검은색 치마, 바지 그리고 남자의 경우 통일된 모자의 형태가 그러했다.

1980년대에는 1982년 두발 자율화를 시발점으로, 자주·창조·자율적인 주권자의 육성을 위한 교육목표 전환의 일환으로 획일화된 교복지정을 금지하는 교복자율화 방침이 1982년 발표돼 1983년부터 실시됐다.

교복자율화 방침 발표 이후 중·고등학생의 자유복 착용은 대체로 자율성 있는 민주시민 자질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복 착용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 및 교외 생활지도의 어려움, 학생들간의 지나친 소비의식 경쟁 등의 부작용도 가져오게 됐다.

이에 1985년 10월 교복자율화 보완조치를 발표, 1986년 9월 1일부터 학생과 학부모·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시킨 교복에 한해서는 그 착용을 허용하게 된다. 이후 교복을 착용하는 학교는 계속 증가해, 전국 중고등학교의 95.5%(1998.3. 교육부 통계)에 이르는 학교에서 교복을 제정, 착용하고 있다.

교칙에 의해 학교별 특색을 가진 교복 착용은 현재까지 대다수의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교복개선에 대한 폭팔적 요구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복자율화 보완조치 이후 30여년간 학교별로 제복식 교복을 착용하면서 제복식 교복이 주는 불편함과 교칙이 규정하는 착용규정의 불합리함에 꾸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개별학교의 민원정도로 취급됐고 개선 관련 한 발짝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 문재인정부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모아지게 되고, 교복개선과 관련한 청원 또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국민청원게시판 운영이후 112건(2019. 8. 11 현재)에 달하는 교복개선 청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의 바지착용, 현대판 코르셋 교복의 개선, 남학생들의 교복재질 개선 등 실제 착용하고 있는 학생들과 이를 챙겨줘야 하는 학부모들의 문제제기가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에 문재인대통령은 2018년 7월 3일 국무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편안한 교복으로의 개선을 검토해 달라고 교육부에 당부했다.

◈세종시에서의 편한교복 추진
세종시는 최교진교육감이 2018년 교육감선거를 통하여 교육복지 공약을 하면서 2019년부터 교복무상지원을 약속했고 이를 위한 조례논의가 2018년 9월 활발하게 시의회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이에 세종참교육학부모회는 무상교복 실현과 함께 편한교복으로의 전환을 고민하였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설문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전체 응답자 941명중 98.1%에 해당하는 923명의 교육주체들이 편한교복으로 전환에 찬성했고 시급히 개선되어야할 과제라고 의견을 밝혔다.
편한교복으로 전환에 대한 찬성입장에 대한 의견은 다양했는데 그중에 학생들의 의견을 몇가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고등학생의 경우 오전 8시에 등교해서 자율학습, 학원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오후 10정도라 봤을 때 불편한 제복식 교복을 14시간이나 착용하고 학습 및 활동을 해야 한다. 또 다른 의견에서 보듯이 타이트한 교복으로 인해 팔조차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라인까지 잡혀있는 교복을 장시간 착용했을 때 불편함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제복식 교복에 대한 안타까운 의견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공부하기도 힘든데 교복이라도 편하게 해주자는 의견이 있었고, 교사들은 편의성과 실용성이 겸비된 옷을 입으면서 학생들에게만 불편한 교복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설문조사와 설문조사에 따른 내용을 보더라도 현재 착용하고 있는 제복식 교복에 대한 개선이 시급함을 느낄 수 있었다.

◈편한교복이란?
분명 모든 교육주체가 편한교복으로 전환을 희망했고 세종시교육청 역시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어떤 것이 편한교복인지 명확한 개념을 잡지 못하고 학교현장은 현장 나름대로 어떻게 편한교복을 선정해야 하는지 어떤 추진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세종시교육청에서는 이런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 시의원, 학생, 학부모단체, 학교, 의류전문가가 함께 하는 편한교복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편한교복에 대한 개념을 편의성, 기능성, 경제성, 성인지 감수성이 갖추어진 교복을 세종형 편한교복으로 개념화 했다.

이런 공론화 과정을 통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올해 42%의 학교들이 편한교복을 채택했고 내년에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편한교복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 의견과는 달리 교사들의 입장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일선 학교에서 교복을 바꾸는 과정이 쉬운 것이 아니기에 담당 교사는 업무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었으며,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고 제복식 교복을 입었을 때 학생다움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선생님들의 의견이 있었다.  이런 교사들의 의견은 편한교복을 학교에서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처 도입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하는 학교도 발생했다. 

편한교복의 시작은 교육의 중심인 아이들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미래 혁신교육을 위해 교실의 공간혁신을 고민하고, 미래사회의 핵심인 협업을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토론식 모둠 수업을 교육과정에 적용한다. 교칙이라는 이름으로 복장을 규제하고, 생활을 규제하고, 아이들을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지 않으면 편한교복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10시간이상 손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제대로 뛰어놀 수도 없는 불편한 교복을 입고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을 이제는 우리 어른들이 나서 해결해 줘야 한다. 편한교복을 입는다해 학교에서 일체감이 상실되거나 학교의 소속감을 못 주는 것이 아니다.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으로 맴돌며, 입시로 인해 숨 쉴 곳 조차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교복만이라도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작은 선물을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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