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 27회/ 4장 18세기에서 온 편지 (6)
[연재소설 19로탄] 27회/ 4장 18세기에서 온 편지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5.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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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을 들고 내시를 따르라고? 정조명 기반이 나왔다더니 이 간찰은 일종의 뒷담화라는 말인데..."

김산은 의자에 기대고 앉아 두팔을 뒤로 깍지 끼고 몸을 풀며 독백을 했다. 머리 속이 이것저것 복잡했다. 도인은 여전히 두문불출이고 시간은 새벽 1시를 달리고 있었다. 김산은 도인의 문제는 오직 도인 자신의 문제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였다. 부모가 자식을 보듬고 교육을 뒷바라지를 하면서 자식의 장래까지 결정지어 준다는 것은 일종의 월권으로 보는 입장이었다.

도인은 어려서부터 바둑에 취미가 있었다. 재능도 있었다. 바둑교실에서 재능을 인정받고 여러 바둑대회에 나가 입상을 하는 성과도 보였다. 바둑대회 입상은 출전자 전원에게 상장을 주는 여타 예능대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오직 우승자는 한명뿐인 대회에 상금까지 수백 만원이 걸리기도 하는 등, 참석자 전원 상장수여로 변질된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도인은 성인들까지 출전하는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적도 있었다.

김산은 이런 자식의 재능과 관심을 이해하고 바둑교실로, 바둑도장으로 그리고 연구생까지 일련의 과정을 격려하며 지원(?)해 왔었다. 그렇게 도인은 만17세가 되었고 연구생 입단자격에 1년을 남겨놓고 있었다.

"다음 대국은 다음주지 아마...? 나머지 세 판을 다 이긴다면 혹시...."

김산은 대진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실낱 같은 기대를 가져 보았다. 도인도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결정은 도인이 하는 것이었다. 김산은 자신의 생각을 도인도 하고 조금만 더 힘을 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김려가 그 정도 인물이었나? 정조가 간찰을 보낼 정도로?"

김산은 김려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자신이 알고 있는 김려보다 김려는 훨씬 더 큰 인물로 느껴졌다. 김산은 책장에서 지옥심이 쓴 '18세기 문단의 동향'이란 논문철을 꺼내어 중간을 폈다가 멈췄다. 딱히 도움을 받을 것은 아닌 듯했다.

"박형사에게도 연락을 해야하는 거 아닐까? 그 작자 만나고 싶지 않은데...."

김산은 논문철을 책장에 다시 넣고 자리에 앉아 메모지를 꺼내 며칠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해 봤다.

 

1. 정조의 친필 기명이 적힌 바둑판이 발굴되었다는 정보가 있었다.

2. 정보 제공자가 갑자기 살해 되었다.

3. 정조가 김려에게 보낸 간찰을 살인 피해자가 죽기 전에 지옥심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살인사건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김산은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보는 일이기도 했다. 살인 피해자와의 마지막 통화자로 지목된 지옥심과 동행한 이유를 형사들에게 집요하게 추궁당한 경험도 낮선 것이었지만 또 한번 그일을 반복하려니 끔찍(?)했다.

인천동부서 박형사는 지금도 의심의 눈초리를 두 사람에게 거두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김산과 지옥심은 정조간찰건은 무조건 박형사에게 알려줘야할 의무(?)가 있는 몸이었다. 김산은 문화발굴 자료를 학계에 보고하는 것보다 경찰에 먼저 알려야할 입장이 한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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