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28회/ 4장 18세기에서 온 편지 (7)
[연재소설 19로탄]28회/ 4장 18세기에서 온 편지 (7)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5.1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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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은 상반기 연구생 입단에서 실패했다. 성적은 7승4패로 12명 중 공동 3위였다. 입단자가 9승2패의 성적이니 입단에서 2승이 부족한 셈이었다. 도인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간다. 도인은 입단에 실패하면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어려서부터 한문에 취미가 있어 한문학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김산은 바둑만을 파는 도인에게 한자에도 관심을 갖도록 지도해 왔었다. 지도라고 해봐야 늘상 한문책을 끼고 사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아빠, 다녀올께?"

도인이 낡은 아파트의 현관문을 열고 인사를 했다. 시건장치가 살짝 녹이 슬어 있었다.

"그래 저녁 챙겨먹고 내일 늦잠 자지 말고."

"알았어 아빠."

"도인, 화이팅!"

"아빠도."

김산은 청주, 대전을 돌아오는 강의날이 항상 걱정이었다. 도인이 혼자 하룻밤을 집을 지키고 등교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김산은 도인이 집을 나가자 청소기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한번 돌린 후 가방을 챙겨들고 강남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서는 인천중부서의 박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약속이 되어 있었다.

"이겁니까?"

박형사는 김산이 내미는 정조간찰 복사본을 받아들고 말했다. 복사본 뒤에는 김산이 만든 한글로 번역한 설명문이 한장 더 있었다.

"네."

"이것이 해석문 입니까?"

"그래요. 나는 이만."

"잠깐요 성미도 급하십니다. 이 간찰이 가격으로 치면 얼마나 갑니까?"

"가격요?"

"정조임금의 친필이라면 상당한 가격이 나갈 거 아니겠어요? 우리는 그 점이 궁금하거든요."

"이런 자료의 가격은 골동품 전문가들에게 물어야 합니다. 저같은  학자들은 알 수도, 관심도 없고요."

김산은 버스표에 적힌 시간을 보며 대답을 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있었다.

"저는 차 시간이..."

"아, 알겠습니다. 지선생을 만나 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시 전화하지요?"

"그리하시죠."

김산은 박형사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일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출발을 했다. 그 순간부터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도인이 우산도 안 갖고 갔는데...."

김산은 차창을 때리는 비를 보고 도인을 걱정했다. 엄마 없이 도인을 돌보아 온 탓에 비만 와도 도인의 생활과 연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부모인 탓이었다.

우르릉.

꽝.

"어메!"

"어머?"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차를 갓길에 멈춰 세웠다. 승객들 중 여자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사위가 어둠침침했다. 버스는 겨우 터미널에서 고속도로로 빠지는 중이었다.

"잠시만요. 조금 멈췄다 가겠습니다."

기사가 양해를 구했다. 버스가 폭포 아래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유독 폭우가 심한 여름이었다. 차내 방송에는 남쪽에서 태풍이 다가온다는 뉴스가 나왔다.

우르릉.

쩍!

우르릉.

천둥소리가 요란했다. 번개가 칠 때는 하늘이 반으로 쪼개지는 느낌이었다. 김산은 상체가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비로 이런 공포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폭우는 달랐다.

"어멋!"

"이크."

여자승객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번개가 버스 지붕에 떨어진 듯 짜릿했다. 김산도 여자의 비명만큼이나 온몸이 저렸다. 공포 자체였다. 그때 손전화가 울렸다. 지옥심이었다. 목소리가 다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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