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29회/ 5장 하늘이 내린 건달 양천봉 (1)
[연재소설 19로탄]29회/ 5장 하늘이 내린 건달 양천봉 (1)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5.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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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정간은 눈의 고향이다.

북만주 벌판에서 만들어진 구름이 하류하다가 장백정간의 높고 굵은 산악지역을 겨우겨우 넘다가 지쳐 끓어 안고 있던 수증기를 토해내면 그것이 그 유명한 함경도지방의 겨울눈이었다.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부령의 수령은 유상량(柳相亮)이었다. 김려가 부령에 도착햇을 때 유상량은 '함경절도영'으로 공무출장 중이라 부사 대행인 김이화(金利和)가 김려를 맞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김령의 배소지로 관아의 군뢰인 김명세(金明世)의 집을 정해 주었다. 이 김명세가 문제였다.

얼굴이 시커멓고 입과 눈매가 사납고 키가 컸다. 굽은 허리에 목소리가 어린아이 울음소리 같은 음산한 저승사자 같은 사람이었다. -김려일기.


김명세는 무산인으로 노비인 어미가 부령으로 도망을 와 살면서 각기 씨가 다른 명세, 명원, 운대 삼형제를 낳았는데 삼형제 모두가 성질이 난폭한 부령의 무뢰배로 유명했다. 부령관아는 이들 삼형제를 병방에 소속시켜 일종의 우익 주먹으로 쓰고 있었다.

"이 방을 쓰기요. 거지꼴에 방세는 있나 모르간?"

김명세는 자신의 집 헛간을 김려에게 내주고 생색을 냈다. 그의 눈에 양반 사대부 그런 것은 없었다.

"부사께서 귀청하면 연락좀 주시게?"

김려가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듯한 방안에서 짐을 정리하며 김명세에게 청을 했다.

"무시기?"

"부사께 유배신고를 해야 하니 알려달라는 말일세."

"지랄을 빵군다이? 물색 없는 양반 시레기라카이. 내가 니놈의 종인 줄 아나카이?"

김명세가 걸죽한 함경도 억양에 육두문자로 나왔다. 김려가 반발을 하자 김명세는 더욱 거칠게 나왔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이었다.

"어허? 심하지 않나?"

"심하긴. 이 간나를 보라이? 야, 간나야, 내가 심하간?"

"억!"

김명세는 느닷없이 방안을 청소 중인 위서방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그의 발이 위서방의 엉덩이와 허리를 연속으로 강타했다. 김려를 겁박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헉!"

"흐흐. 양반아 정신챙기라이? 여기는 부령이야. 알간? 한양땅의 방 따습고 마누라 속살냄새 나던 그곳이 아니라 말이라카이 알간?"

"... ...?"

"흐흐흐 그럼 내일 봅세."

김명세는 손바닥을 털고 방을 나가 자신의 안채로 들어갔다. 방은 삼천냉골이었다. 아궁이에는 나뭇가지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위서방?"

"아아 나으리...."

김려는 가져온 이불을 펴고 그 위에 위서방을 눕혔다. 차가운 부령의 겨울바람보다 더 차갑고 사나운 인심이었다. 일개 종 출신의 관아 군뢰가 아무리 죄인 신분이라지만 양반사대부를 능멸(?)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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