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문화재를 향유하는 멋진 시간을 빚어내는 사람들, 충남문화유산콘텐츠협동조합 이야기
[기획] 문화재를 향유하는 멋진 시간을 빚어내는 사람들, 충남문화유산콘텐츠협동조합 이야기
  • 석용현 기자
  • 승인 2021.05.17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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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또 사라진 고향의 물레방아가 오늘에 남아있었다면 아마도 당신의 추억까지 담겨진 지역의 문화유산으로서 시민들과 문화재청의 각별한 노력으로 보존문화재가 되어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되는 시절이다.  

문화재청이 방방곡곡의 지역문화재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개발하여 문화 향유 기회를 늘여 가고자 2008년 부터 생생문화재 사업을 시작으로 향교‧서원 문화재, 문화재야행, 고택·종갓집 활용사업 등을 지원하면서 어느덧 전국 400여 곳의 문화재를 활용하는 사업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충남문화유산콘텐츠협동조합(대표 정기범)은 2017년 부터 예산향교를 시작으로 아산의 온주아문과 건재고택, 천안의 이동녕선생 생가지에 담긴 문화재의 참다운 가치를 찾아 국민들에게 쉽고 재밌는 콘텐츠로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 문화재의 문턱은 낮게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의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우리 주위엔 생각보다 가까이 많은 문화재가 있지만 
우리에겐 어떤 의미로 자리하고 있었을까?
‘만지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보며 ‘망가질지 모르니 조심해야 하는 곳’
‘해설사가 아니면 알지 못할 어렵고 지루한 옛날 이야기’
‘부동산 개발에 방해만 되는 곳’
충남문화유산콘텐츠협동조합이 처음 활용사업을 맡게 된 예산향교에는
팻말 대신 사람들이 닦고 배우고 놀아보며 남겨진 반들반들 윤기나는
명륜당 마루가 있다. 향교의 유림 어르신들과 충효도, 문자도를 함께 만들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레 공수법을 배우고, 대성전을 오갈 때마다 이마를 때리던 키낮은 내삼문을 드나드니 어느새 절로 고개를 숙이는 겸양의 예절을 익히게 되었다.
초·중학생들이 찾아와 북아트와 워크북을 만들어 배우고, 이제는 배향하는 성현들과 그 가르침을 담은 보드게임을 만들어 학교에 보급하기까지 한다.
‘효, 알록달록 향기를 만나다’라는 대표 프로그램에서는 효의 마음을 실천하여 특산물인 사과를 음료캔으로 만드는 코디얼 제품을 출시하였고, 상품화를 위해 ‘효심이’ ‘충심이’ 캐릭터도 개발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져 꼿꼿하기만 하셨던 유림 어르신들이 마음을 열어 주시고, 지역 주민들 또한 호평하게 된 예산향교는 문화재청 2017년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 우수사업’으로 선정된 명품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도권의 관광객들까지도 찾아와 전통을 배우며 마음을 돌아보는 예향(禮鄕)의 본을 보여주고 있다. 

◈ 프로그램 품격은 높게
독립운동과 충절의 고장인 천안시 목천읍 동리 마을에는 임시정부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임시의정원 의장, 대통령, 주석을 역임하셨던 석오(石吾) 이동녕선생의 생가지가 있다.
청년시절 독립협회에 참여하면서 부터 신민회 총서기, 신흥무관학교 초대교장, 임시정부 설립에 이르기까지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중심적 책임을 맡아 오셨지만 오늘의 우리들은 그 분의 업적을 기억하는 이가 드물기만 하다.

2019년 부터 충남문화유산콘텐츠협동조합은 천안시와 함께 선생의 생가지에서 생생문화재 활용사업을 시작하여 '산류천석(山溜穿石)! 그래 석오처럼' 이라는 주제로 선생의 일대기를 극화한 공연을 만들어 공개하였다.
‘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독립을 향한 쉼없는 노력’이라는 뜻을 담은 석오선생의 휘호 ‘산류천석’의 정신을 살려내며, 늘 겸양으로 대동단결과 독립의 대의를 이루고자 했던 선생의 마음을 배우는 ‘석오 리더십’ 프로그램에 초중고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엔 임시정부수립 102주년을 맞아 이동녕 선생의 독립 일대기를 샌드아트 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더욱 많은 국민들에게 선생의 독립정신을 알리는 노력을 더하였다.

잊혀지고 감춰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와 그 충절의 정신이 우리 역사 속에는 얼마나 많을까요? 작고 초라하게 남겨진 전국의 문화재 속에 아직도 살아 숨쉬는 선현의 정신과 가치를 찾아서 높이는 일이야 말로 진정으로 문화유산을 향유하려는 오늘의 우리가 맡아야 할 책임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산류천석(山溜穿石)! 그래 석오처럼’ 프로그램을  2019년, 2020년 연속으로 ‘생생문화재 활용 우수사업’으로 선정함으로써 정신적 문화유산을 선양하기 위해 문화재를 활용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과업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를 통해 충남문화유산콘텐츠협동조합은 천안 시민들과 전국민이 참여하여 석오 이동녕선생의 역사교과서 등재와 독립운동 서훈상향을 위한 한걸음에 마음을 더하는데에 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 국민의 행복은 크게

 아산시에는 유명한 민속관광지인 외암마을이 있다. 하지만 그 마을의 입향조(入鄕祖)이자 율곡학맥의 전통을 이어받은 성리학자 외암 이간이 태어난 집터인 건재고택은 주인을 잃고 우여곡절 끝에 아산시가 매입하였다.
닫힌 고택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방법을 찾던 중 2020년 충남문화유산콘텐츠협동조합과 함께 문화재청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을 시작하였고, 문화재 훼손의 상처를 치유해 국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건재고택 好樂하다!’라는 대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직도 살고 있는 참판댁 등의 후손들이 맥을 잇고 있는 외암마을의 전통을 접목하고, 시민들이 고택의 종부 종손의 책임감을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암마을과 가까이 있는 온양 읍내동에는 온주아문(溫州衙門) 현판이 달린 2층 누각식 문루와 동헌건물이 남아있고, 그 사이엔 동헌 뜰이 있는 조선시대 온양 관아터가 있다.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고 잡초만 무성하여 잊혀진 지방문화재로 방치되었다가  2019년 부터 아산시와 충남문화유산콘텐츠협동조합이 함께 생생문화재 활용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활용사업을 통해 ‘온주아문 육방학교 속수례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관아의 현대적 역할을 재해석하는 ‘온주아문 수락(秀樂)하다’는 대표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이제는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 문화재의 생명력
문화재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의미가 잊혀진 문화유산들은 현대화된 도시사회에서는 너무나 많이 목격되어 왔지만 그 가치와 의미를 되찾는 데에는 정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문화유산 활용단체가 문화재청과 지자체, 주민들과 함께  문화재의 생명을 되살리는 노력을 쏟는 모습은 바로 외암 이간선생께서 ‘호락(湖洛)논쟁’을 거치며 주장하신, 사람과 사물의 본성이 같다고 하신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을 실천하는 길이 되었다. 이 논쟁의 결과물로 실학과 북학, 개화사상이 싹텄듯이 문화재활용사업은 오늘의 대한민국 발전에 문화적 씨앗이 되는 것이다.
충남지역의 문화유산활용사업을 5년간 수행하고 그 발전 방향을 개척하여 변화를 이끌어온 충남문화유산  콘텐츠협동조합의 정기범대표는 1천 5백여일의 나날들을 1천 5백여년 처럼 살아오지 않았을까 궁금해지던 차, 그의 짧은 시 한 수가 눈에 띄어 독자분들께 소개해본다. 
인생길, 길고 긴 글 줄 보다 짧은 한 숨 더 와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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