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속카메라, 세상을 보는 균형
[기고] 단속카메라, 세상을 보는 균형
  • 이예슬 기자
  • 승인 2021.06.03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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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장 임은규예산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장 임은규예산경찰서 교통관리계

오늘도 민원인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기본적으로 화가 난 사람의 전화가 대부분이라 이제는 만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떤 때는 내가 기계가 아닌지라 날카로운 민원전화 한 통에 하루가 찌그러진 깡통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카메라 단속 건에 대한 해명 아닌 해명과 「안전속도 5030」으로 관내 주요 도로의 속도를 조절하고 단속하는 실무자이다. 속도와 사고의 인과관계를 수 년간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사고를 줄여보고자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면 군청과 협의해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이다 보니 쏟아지는 불만과 요구사항은 뾰족한 화살촉에 장력이 큰 활로 과녁을 맞히듯 날카롭고 예리하다.

발령을 받고 처음 예산군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다른 기억들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주교오거리에서 경찰서까지 차를 몰고 오면서 본 좌우의 풍경들은 아직도 생생한데 외갓집에 온 듯 정겹기도 했고 무질서하기도 했고 비까지 내려 풍경은 더욱 회색빛이었던 것도 같다. 생각해 보면 그 무질서함의 근원은 교통행정이었던 것도 같다. 인도에 아무렇게나 올라와 있는 차량들,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병원에 가는 아주머니, 중앙선의 용처를 모르는 듯 아무 데서나 회전하는 차들이 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은 그때와 얼마나 다른가”라고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다르다’라고 대답을 못 하겠다. 허나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적 단속 장비는 그 수가 더욱 늘었고 자료는 명확히 남는다고는 말할 수 있다. 민식이법의 시행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단속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되어 최근 보호구역 내 18곳의 카메라를 신규 설치한다는 문서를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국도 지방도 등 단속카메라 8대 또한 신규 발주 예정이다. 차량에 달린 블랙박스로 인한 신고와 각자가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 카메라에 의한 신고까지 하면 더이상 위반행위는 ‘한 번 만’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위가 되어 버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행위가 촬영되고 경제적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칙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공공도로는 도로교통법 등 최소한의 약속이라 할 수 있는 법규에 따라 운영되는 공간이며 누구도 이 약속 밖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단속카메라는 운전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안전운전을 위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인 셈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기계의 눈은 밤낮 없이 나를 지켜보고 있음을 놓쳐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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