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천안] 보건소장만 같아라
(취재수첩) [천안] 보건소장만 같아라
  • 박보겸 기자
  • 승인 2021.08.0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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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충남 천안/박보겸 기자] 천안시청에는 지난해 7월1일 충남도청에서 전입온 이후 지난해 휴가는 차치하고 올해도 휴가조차 꿈꾸지 못하는 이가 있다.

지난해 대구광역시 다음으로 창궐한 천안지역의 코로나19 상황과 가시밭길을 걸어야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전입 온 이현기 보건소장이다.

천안시로 전입한 이후 토요일과 일요일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토요일도 오후 1시 정도에 사무실에 나온다고 한다.

혹 근무자들이 소장의 점심을 걱정할까봐 식사를 해결하고 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코로나19에 걸리면 보건소장이 확진됐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점심도 사무실에서 컵 라면으로 해결하고, 저녁에도 배달음식으로 한끼를 때운다.

하루 종일 코로나19 상황을 총괄하느라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는 현재 천안시청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자리에 있다.

코로나19로 ‘우리네 세상살이 크게 웃는 날 드물어(塵世難逢開口笑 진세난봉개구소)’로 이어지는 날들로 이 소장은 일손을 놓을 수 없는 ‘馬不停蹄 마불정제’상황에 처해있다.

‘쓰기에 적절해야 재능이라 하고, 일을 감당할 수 있어야 능력(適於用之謂才 堪其事之謂力 적어용지위재 감기사지위력)’이라는 말을 이 소장이 증명하고 있다.

이 소장은 월 한도 내에서 사용하라고 시에서 준 법인카드도 자신은 직원들보다 월급을 더 받는다며 자비로 사용하고, 카드를 과장급들에게 필요한 곳에 사용하라고 내민다고 한다.

이 소장의 휴대전화 카톡 좌우명이 ‘投鼠忌器 투서기기’다.

‘쥐에게 물건을 던져서 때려잡고 싶으나 옆에 있는 그릇을 깰까 꺼린다’는 뜻으로, 업무추진과정에서 혹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하는 마음자세가 보인다.

‘천하에 큰 공덕을 세울 사람은 반드시 먼저 안방에서 수양 돼 나온다(建大功於天下者 건대공어천하자)’는 말처럼 충남도청에서 닦은 실력을 고향인 천안에서 발휘하고 있다.

조식(曺植)의 산중즉사(山中卽事) 시 가운데 ‘막다른 길일수록 새 길이 나온다는 猶是窮塗還有路 유시궁도환유로’로 코로나19에 지친 보건소장을 위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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