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마을 이야기] 광천읍 가정마을(1)
[홍성군 마을 이야기] 광천읍 가정마을(1)
  • 투데이충남
  • 승인 2021.09.02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정마을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마을 풍경. 가정이라 불리기 전에는 동네가 드문드문 있다 하여 드물이라 불렸다.

홍성군 광천읍 가정리에 위치한 가정佳井마을은 광천읍과 장곡을 잇는 길목으로, 큰 도로가 마을을 관통합니다. 도로 양쪽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논과 한적한 거리는 포근한 오후를 연상케 합니다. 조그만 마을 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집이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가정마을은 과거, 장이 서는 날마다 장에 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쉬어 가는 사람들도 많아 주막이 여러 곳에 있었다고 하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매력이 넘치는 곳, 골목마다 다른 세계로 이어질 것 같은 곳, 마주칠 때마다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사람들이 사는 곳, 길을 따라 걸으며 정답고 유쾌한 가정마을 사람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직불제 신청을 일일이 수기로 써내야 했을 때부터 이장을 시작해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중간에 다른 이가 이장을 맡은 적도 있었지만 이내 그가 다시 맡게 되었다. 일상이 이장인 최성식 씨와 반려자 안경숙 씨를 만났다.
“두 분이 가정마을에서 지내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최성식- 저는 여기서 나고 자랐어요. 직업 군인으로 7년 생활헌 거 빼면 쭉 여기서 살았죠.
안경숙-대구에서 직장생활하다가 친구 소개받아서 스물여섯에 결혼했는데, 결혼허구서 여기로 금방 내려올지 몰랐지. 10개월 살고 왔어요. 
“고향으로 돌아오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다시 시작한 가정마을살이는 어떠셨는지도 궁금해요.”
안경숙-이이가 장남이라 그런지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만나서도 그 이야기를 허드라고. 가면 으른들한테 이쁨 받으니까 난 좋다고 하고 내려왔어요. 어려운 일들도 있었지만 으른들이 예뻐해 주셔서 잘 견디고 살았지요. 지금도 시아버님 예쁨 받고 살고 있어요.
최성식-그렇기도 하고, 공군에 있었는데 군대가 조금 싫증이 나서 농사지으려고 돌아왔어유. 돌아오니까 거의 마을 전체가 담배농사를 짓고 있더라고요. 우리 어렸을 때는 누에를 많이 했는데, 담배 소득이 좋으니까 전부 담배를 하더라고요. 농민 후계자가 돼서 여기저기서 교육받고 나니까 농사에 조금 익숙해졌어유. 
“두 분 다 농기계 운전을 정말 잘 하시던데 언제 배우신 거예요?”
최성식-농사지으려면 해야죠. 허허. 집사람은, 위탁영농 허려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니께 이것 좀 해봐, 운전하고 비슷허다고 살살 꼬셔가지고 가르쳤어요. 겨울이면 논이 비니까 넓은 논 가운데다 농기계 세워 놓고서 연습 시켰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처음엔 경운기를 가르쳤는데, 이제는 트랙터, 콤바인까지 다 혀요. 가르치면서 싸웠냐고유? 허허. 싸우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내가 살살 씌워먹어야 하니까.
“참, 안경숙 씨가 트로트 앨범 내셨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안경숙-하하하. 그건 어떻게 알았대유.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해서 일할 때도 자주 불렀었죠. 그러다가 2006년에 노래교실을 갔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야. 그래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어요. 노래교실 동기들이 앨범을 하나씩 내길래 나도 이번 4월에 하나 냈어요. 비타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활동명도 비타민, 앨범명도 비타민이에요. 
“20년 넘게 이장을 맡아 오셨다고 들었어요. 
처음 이장을 맡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최성식_  처음에는 젊어서 잠깐 하라 해서 혔쥬. 그때 6년 정도 허다가 너무 오래 했다, 다른 사람도 혀야지 않겄나 혀서 그만한다고 했는디, 또 허라고 혀서 2000년도에 다시 시작했어유. 그러다 나는 도저히 못 하겠다고 몇 번 내놨는디 자꾸 시키더라고유. 
안경숙-이장 뽑을 때 안 헐 거니까 투표장에 안 있는다고 회관이 들어가지도 않았어유. 근데 없는디도 또 시켜놨어. 하하. 그 뒤로는 인제 에이, 기왕 이렇게 허는 거 아예 내가 끝까지 한다고. 안 내 놓더라고유. 하하하.
“이장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은 무엇인가요?”
최성식-마을 도로 개설한 거? 비 와도 질지 않고, 넓어서 버스도 다니고 그러니까 좋더라고요. 그리고 주민들 모여서 회의도 허고 쉴 수 있는 회관 새로 지은 것이 보람되네요.  
“가정마을이 어떤 마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최성식-지금처럼 서로 잘 지내면서 오순도순 사는 가정마을이 되면 좋겠어요. 그게 마을 소득을 올리는 사업을 해 부자가 되고 그런 것보다 중요헌 것 같아유. 
댕댕댕. 시계 종이 열두 번 울린다. "벌써 점심시간이네. 밥 먹어야지. 얘기는 이따가 마저 듣고 같이 점심 먹어요." 안경숙 씨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재밌는 이야기, 맛있는 점심, 찾아온 이에게 베푸는 따스함으로 몸도 마음도 가득 채워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