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마을 이야기] 광천읍 가정마을(4)
[홍성군 마을 이야기] 광천읍 가정마을(4)
  • 투데이충남
  • 승인 2021.09.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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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서 바라본 가정마을 전경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가정마을 전경

-가정마을 부녀회장 이금자 씨  
  장화가 없으면 시집을 못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지던 가정마을에 시집을 와 40년을 살았다. 택시 한 대가 갱신히 다니던 곳에 큰 신작로가 나고, 꼬불탕꼬불탕하던 논이 널찍널찍하게 정리되었다. 봄이면 씨 뿌리고, 여름이면 모를 내고, 가을이면 거두고 겨울이면 갈무리하며 지냈다. 농사일이 바빠도 마을 대소사에 빠짐없이 상을 차리고 치웠다. 가정마을 부녀회장 3년 차에 들어선 이금자 씨를 만났다.
  “아이고. 요즘 바뻤어. 젓갈축제 때미. 왜 허냐고? 축제 때 부녀회가 장사해 갖꼬 그 이득금으로 독거노인들 한 번씩 명절 같은 때 선물해드리고. 봉사활동이지. 돈 벌어서 봉사활동하는 거야. 해마다 이것저것 팔어. 국수, 소머리 국밥, 부침개, 수육, 순대. 뭐 안 파는 거 없어. 다 팔지.”
  추수에 광천 젓갈축제 일까지 겹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축제가 끝나 한숨 골랐지만, 거둘 것과 갈무리할 것이 한 아름이라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일상에 분주함을 하나 더한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하던 일은 멈추고 어서 들어오라 답한다.
  “난 부녀회장 된지 얼마 안 됐어. 한 3년 했나? 하하하.
부녀회에서 마을에 칠순이나, 팔순 같은 일이 있으면 잔치도 해 드리고, 농협 간담회 같은 것 한다고 하면 회원들이 다 같이 나와서 다과회 같은 것 준비해 주고 그러지. 나는 마을에서 젊은 축에 속하니까 회장이 아니어도 당연히 나가서 일 허는디, 회장을 맡았으니까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거지. 85세 넘은 으른들은 다 빠지고, 70대까지는 부녀회원으로 들어와 있어.”
  가서 일하는 당연함이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늘상 하는 대수롭지 않은 일, 당연히 가서 하는 일들이 모여 이 마을을, 사회를 굴러가게 했으리라. 가정마을 부녀회의 다정함이 마을 구석구석 살뜰하게 채워져 있다.
  “옛날에 우덜 한참 젊었을 때는 집집마다 대니매 계를 모았어. 계를 모여 갖고 요번 달은 우리집서 차려서 먹고 놀고. 다음 달은 이 집이가 차려서 먹고 놀고. 친목회 같은 거지. 동네에서 곗돈 조금씩 걷어 갖고 그걸로 어느 집이서 차리고, 먹고. 놀러 가고 그랬어. 그때가 참 좋았지. 젊었을 때가. 지금도 놀러 다니고 하지. 그런디, 지금들은 다 차들 있고 활동성 있으니까 옛날 같지는 않지만 다들 사이좋아.”
  차도, 버스도 없던 옛날에는 머리하러 갈 때도 우리 며칟날 머리하러 가자고 약속해서 다 같이 우르르 몰려갔다. 한 사람 머리 말고 나면 또 한 사람 머리 말고. 그렇게 하루 종일 미장원에 있다가 돌아왔다. 예방접종 날이 되면 고때 고때 또래 꼬망이들을 모아 예방접종을 하러 갔다. 광천장에 들러 짜장면도 사 먹고, 순대도 사 먹으면서. 
  그렇게 사이좋은 이들이 나란히 세월을 지나 함께 나이 들어간다. 이제 꼬망이들은 없지만, 부녀회비가 좀 모아지면 한 번씩 버스 대절해서 놀러 간다. 한 달에 한 번, 어둑어둑해질 즈음 모여 오손도손 저녁 지어먹으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어 아쉬울 뿐이다. 부녀회원들끼리 회관에 모여서 놀 때도 회관에 뭐가 부족한지 살핀다. 그릇은 모자라지 않는지, 더 필요한 물품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채워 넣는다. 시기마다 필요한 거름을 내고, 김을 매며 농작물을 기르듯, 마을을 가꾸는 데도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냐고?
  건강했으면 좋겠어. 모두.”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정마을 부녀회. 이금자 씨의 바람대로 모두 건강하길. 늘 건강한 부녀회가, 가정마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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