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마을 이야기] 광천읍 가정마을(5)
[홍성군 마을 이야기] 광천읍 가정마을(5)
  • 투데이충남
  • 승인 2021.09.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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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손길이 담긴 채반과 소쿠리가 나란히 서 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손길이 담긴 채반과 소쿠리가 나란히 서 있다.

 - 사랑이 넘치는 이인자 씨
  마을회관 뒤 쪽으로 난 길을 따라 벼락 바위를 지나 구불구불 걷다 보면 커다란 벼 건조기가 보인다. 주욱 정갈하게 줄 서 있는 농기구들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있는 집, 화초가 환하게 웃는 이인자 씨 댁이다.
  “여기가 아줌마네 집이야. 
  강아지 예쁘지?”
  마당에 펼쳐진 채반 위에는 조글조글해진 알대추들이 햇볕을 쬐며 누워 있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들을 반갑게 맞아 주시더니 가만있어 보라며 아래로 내려가신다. 얼마 뒤 잘 익은 대추 세 알을 불쑥 내민다.
  “먹어 봐. 요때가 대추가 맛있어.
  워디 가서 대추를 눈으로 보면 하나씩 먹어야 된대.
  그래야 안 늙는대.”
  “대추 고르고 있었어. 근데 다 벌레탱이야. 어디다 쓰려고 하냐고?
  이렇게 찢어서 떡 할 때도 넣고, 약식 할 때도 넣고, 인삼 넣고 차 끓일 때도 넣고. 한약 할 때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게 대추잖아. 쓸 데가 많아. 대추는.”
   척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반질반질한 채반에서 알대추들이 이인자 씨의 손을 따라 넘실넘실 구른다. 
  “시집오면서부터 이 채반이 있었어. 이게 뭔지 알아? 무슨 나무인지? 싸리. 싸리나무라고 들어 봤어? 싸리가 원래 가늘잖어.
  근래는 산에 다니면 싸리 보기 힘들어. 근래는 대나무 뻐개서 많이 만들지만 더 위에 옛날에는 싸리로 만들었지. 지끔은 이런 거 없지이.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친정에 가니까 있길래 채반 두 개랑 소쿠리 하나랑 갖고 온 거야. 요새 이런 거 진짜 귀햐.”
  싸리나무로 만든 귀한 채반. 어머니에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세월과 정이 채반을 타고 이어진다. 수 십 년, 어쩌면 백 년 넘는 세월 동안 채반은 무엇을 담아 곱게 말렸을까?
  “채반에는 호박 쓸어 말리고, 가지 쓸어 말리고 그랬지.
  우리 시어머니도 그런 거 많이 말리셨어.
  소쿠리? 소쿠리는 흰떡 할 때 있지?
  쌀 같은 것 일어 가꼬 소쿠리다 건져서 물 빼는 데 썼지.
  요새는 나이롱 바구니로 많이 하지만.”
  “컹컹! ”
  이인자 씨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하얀 개가 저 좀 보라고 짖는다. 이인자 씨를 따라 하얀 개를 보러 간다. 이인자 씨를 본 하얀 개가 반가워 이리저리 겅중겅중 뛴다.
  “아이고. 백호야. 언니들이 왔지? 반갑지?
  야, 너 언니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우리 백호 호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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