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마을이야기] 장곡면 월계1리(2)
[홍성군마을이야기] 장곡면 월계1리(2)
  • 투데이충남
  • 승인 2021.09.23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 따라 만난 농부들

  “나 가서 두러눴다 나와야 혀.”
  어르신들의 쉬신다는 말씀은 곧이듣지 말아야 한다. 쉬러 가신다던 전용분님은 뒤돌아보니 다시 모자를 고쳐 쓰고 낫으로 콩을 베고 있었다. 주말에 자식들이 오면 뚜드려서 먹을 콩을 ‘운동 삼아’ 베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18세에 월계1리에 시집오셔서 남편은 50세에 떠나보내시고 혼자 아들 둘에 딸 셋을 키우셨다. 
  “그(젊은) 때가 좋지 아프지 않구. 그런데 좋은지 몰랐어”
  대한민국의 어르신들은 길가의 작은 자투리땅을 일구지 않고 그냥 두지 못한다. 빈 땅이 있으면 뭐라도 심어야 성에 차는 듯, 오흥구, 이정순님 부부도 도랑가 자투리땅에 시원찮은 모를 넣을지 뺄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양파모를 심고 있었다. 저쪽에 배추는 이미 뽑은 뒤다. 오흥구, 이정순님 댁은 대부분의 농사체가 충절로 도로 공사 때 매입되었다. 이제는 집 앞 자투리땅을 철 따라 작물로 채우고 있다. 마을에 사시면서 가장 좋았던 때를 여쭈니 젊은 때가 좋았다고 답하시는 이정순님. 좋아도 좋은지 모른 채 땅 위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옛 농부들의 농사는 끝나지 않는다. 
  콩을 까부르는 새로운 방법
  행십이 골목길에서 만난 최춘하님. 저 멀리 경상도에서 시집오신 최춘하님은 객지에서 스무 살에 운명의 짝을 만나 월계1리에 정착하게 되었다. 지금은 먹기 싫어 못 먹지만 먹을 것 없던 어려운 시절 ‘사느라’ 지나온 고생스러운 기억을 회상하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댁에서는 오규선님이 대형 선풍기를 틀어놓고 콩을 까부르는 중이다. 시간도 절약하고 편리해 보이는 오규선님의 아이디어이다.

  콩 농사 져서 메주 쑤고
  “어머나 메주가 너무 예뻐요.”
  “또 쒀야 혀 100키로. 집에서 농사 진 거야. 뭐 여기저기 각처로 파나 벼. 서울로 어디 위루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 이런 거 안 하고 다 얻어다 먹는다고 하시는 김화순(72)님. 그래서 매년 서울 경기 지역 젊은 사람들이 직접 집에서 쑨 김화순님의 메주를 찾는다.
  “내 살은 책이야 내가.”
  “우리도 아무것도 없었어. 아무것도 없는데 큰 애 기반 잡아줬지.”
  6남매의 장손인 오준학님 댁에 시집와서 시할머니까지 계신 대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아오신 이군자님. 시누이에게도 엄마 같은 며느리로 시동생들을 모두 치다꺼리하여 가르치고 시집 장가보내셨다. 우리의 어머니들의 인생은 모두 살아있는 책일 것이다. 살아있는 책 이군자님이 알려주시는 인생의 지혜 하나를 전한다. 
  “나중에 생각해. 시골에 갔더니 어떤 할매가 일러줬다고 생각하면서 돈 쓰다가도 계산을 하고 써. 내가 맨날 그래, 주먹을 꽉 쥐어라. 피면 안 된다. 피지 말고 요거(새끼손가락) 하나만 펴라. 이렇게 빼 쓰라고. 이걸 하나 펴야 엄마도 주고 이래저래 쓰지. 꽉 쥐면 안 되지. 이렇게 쓰는 거야.”
  다 해 질 녘에 시작되는 밭일
  마을의 큰 묘를 찾아가는 길. 날이 짧아져 벌써부터 어둑어둑 해는 지는데 큰 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때 마침 푸대 자루를 들고 막 나오시는 이순로님을 만났다. 
  “나 바뻐 지금도 일하러 가야 돼.” 
  해 지기 전에 파를 뽑으려는 참이었다. 큰 묘는 이순로님 댁 바로 뒤에 있다고 알려주셨다. 다시 밭으로 향하는 마음 바쁜 길에 전화가 또다시 걸음을 멈춘 이순로님. 장갑을 벗어두고 받아든 전화는 역시 농사 이야기이다. 농부들에게 지금은 한창 배추, 담배, 무 등을 수매하는 시기이다. 파도 오늘 뽑으면 먹을 것 조금 남기고 팔 것이라고 전하며 뒷모습을 남기고 길 없는 밭으로 향하였다.
  후덕한 마음으로 마을에 기운을 불어넣는 귀농 4남매 가족
  우러내와 건너말 안쪽으로는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4가구가 눈에 들어온다. 박씨 성의 4남매 가정이 한 집씩 집을 짓고 내려오기 시작하여 현재는 4가구가 모두 월계1리 사람이 되었다. 4남매가 모이니 복작복작 매일이 바쁘다고 전하는 연계희님. 귀농한 4남매의 생활이 복작복작 해지고 터를 잡은 월계1리 마을도 덩달아 새로운 기운을 받고 있다. 처음 내려오신 박춘월, 김태현 부부. 2016년에 두 번째로 내려오신 박정자, 연계희 부부. 세 번째로 박길배, 이지순 부부에 이어 가장 최근에 박종학, 이형숙 부부가 월계1리에 터를 잡았다. 홍성 오일장에 나가기 위해 세 가정이 모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