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 놀이문화에 푹 빠진 세계, 그리고 한류문화의 미래
[기획] 한국 놀이문화에 푹 빠진 세계, 그리고 한류문화의 미래
  • 석용현 기자
  • 승인 2021.10.11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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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놀이 ‘오징어 게임’ 전세계 열풍 타고, ‘강남스타일’처럼 놀잇거리 즐겨

[투데이충남  석용현 논설위원] 한 인간이 태어나 공동체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제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던 민속놀이와 달리, 전통적 공동체가 해체된 가운데 벌어지는 현대사회 놀이활동의 특징은 의존성과 타율성, 차등성, 반자연성, 소비성, 일방성, 개별성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놀이문화의 확보는 놀이문화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이들에게 의존하고, 놀이 종목의 선택은 게임산업과 미디어, 그리고 교사와 부모의 통제와 선택 속에서 이루어지며, 놀이문화의 질과 가격도 놀이문화의 확보와 놀이 종목의 선택에서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적 현상이 나타난다.

현대사회 놀이문화들은 플라스틱을 비롯해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들이 태반이며, 놀이 공간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내이거나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시 공간이다. 따라서 현대의 놀이는 반자연적인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현대사회 놀이문화는 소비성이다. 이 문제는 놀이문화의 문제로서 여가산업의 문제와 관련된다. 놀이문화는 하나의 상품으로서 유한성을 지니고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 현대의 놀이문화는 여가산업에 편입된 경우가 많고, 이때 놀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서 놀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행위가 된다.

다음으로 현대사회 놀이문화는 익명성과 일방성의 문제이다. 대표적인 것이 프로 스포츠의 관람과 컴퓨터 게임이다. 프로 스포츠의 관람자는 선수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스펙터클을 소비하는 입장에 있으며, 경기의 과정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놀이로부터 관중의 소외가 발생한다. 컴퓨터 게임의 경우 아케이드게임은 인간과 컴퓨터가 소통하는 경우이고, 롤플레잉게임(RPG)의 경우 인터넷 상으로 쌍방향 통신을 하면서 게임을 하지만, 이때의 쌍방향성은 직접적인 대면성과는 다른 사이비 대면성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현대사회 놀이문화는 개별성의 문제이다. 오늘날의 놀이문화에서 대동을 체험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지역 연고의 스포츠 경기 응원이나 국가대항전의 응원행위에서 대리만족을 통해 대동과 유사한 체험을 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직접 참여를 통해 대동을 만들어가던 민속놀이의 대동과는 질이 다른 사이비 대동성일 따름이다.

이미 전통사회가 해체되고 대부분의 민속놀이가 생명력을 잃어버린 현실을 알면서도 민속놀이의 의미와 성격을 되새겨보는 것은, 민속놀이가 담지하고 있던 여러 가지 면모들이 오늘날 형해화(形骸化)한 우리들의 삶을 반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들이 추구해야 하는 사회, 그리고 우리들이 지향해야 하는 문화의 모델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83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이어 가고 있는 전통놀이 ‘오징어 게임’이 세계인들의 놀이 문화가 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내용을 분석, 공유하는 것은 물론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작품 속 게임을 즐기는 등 관심이 뜨겁다.

이런 점에서 지금은 당대의 문화를 반성하고 바람직한 문화의 모델을 설계하여 실천할 때이며, 민속문화와 민속놀이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때인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아시아권과 유럽 등 전 세계를 강타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은 중국에서도 관심이 급상승 중이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징어 게임’ 열풍에 대해 “언어가 장벽이 될 수 있었지만 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초록색 운동복과 어린이 놀이터 같은 다채로운 세트 등 시각적 요소를 강조한 점이 통했다”고 전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 한국의 옛 놀이도 함께 주목받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놀이 문화로 확산한 ‘오징어 게임’의 흥행 요소를 신선함과 익숙함의 조화로 볼 수 있다. 즉 문화적인 관점에서 문화평론가들은 서바이벌 데스 게임 장르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다가갔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인간적으로 부각돼 보편적 매력을 주고, 드라마 속 영희(술래) 인형 같은 한국적 콘텐츠와 화사한 색감이 영상미를 제공하면서 외국인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다양한 한국적 놀이 문화가 예쁜 세트장과 결합해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분석해볼 수 있다.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가 본 한류와 미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연성권력)’가 미국 워싱턴DC의 정책 담론 세미나,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안보를 넘어: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한·미 동맹의 미래’라는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콘퍼런스에는 1990년 처음 소프트파워 개념을 제시했던 석학 조셉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나이 교수는 “한국은 세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 스토리 중 하나”라며, 한국은 막대한 소프트파워를 가졌다. 올바른 투자와 노력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소프트파워는 강압이나 거래가 아니라 매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이라며, 1989년 베를린 장벽은 포화를 맞아 무너진 것이 아니라, 철의 장막을 건넌 서구 문화와 방송 노출로 변화된 사람들이 휘두른 망치와 불도저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소프트파워에는 국가의 ‘문화’, ‘국내적 가치’와 ‘대외적 정책’이란 세 가지 자원이 있다.

먼저 한국은 (K팝과 대중문화 등) 문화 측면의 소프트파워를 잘 타고 났으며, 둘째 차원은 국내적 가치와 그 적용이란 면에서 한국은 상당한 성공 스토리라며, 우선 (한국에는) 위대한 경제적 성공이 있었고, 그것이 좀 변덕스럽지만 활기차고 성공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위대한 정치적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세 번째 자원은 소프트파워의 한 국가의 대외 정책이라며, 특히 다른 국가를 도와주거나 다른 국가의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통해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한국이 더 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이 대외 정책을 통해 ‘성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데 탁월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정리하면 소프트파워의 외교적 영향력에 대하여 나이교수는 트럼프(전 미 대통령)가 미국이 한국에 (미군을) 계속 주둔할 것인가란 의문을 남겼는데 여기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미국민들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민들이 한국을 가깝게 연결된 나라로 느끼고 한국 대중 문화의 영향력이 유지될수록 (주한미군 철수 같은) 트럼프의 행동이 거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결국 대중문화는 한국이 둘째로 많이 수출하는 소비재이며, K팝뿐만 아니라 K팝의 비즈니스 모델도 수출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이제 K팝이 글로벌해져서 (다양한 국가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다국적, 다언어, 다문화로 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문화의 세계화는 지속가능한 미래문화의 물결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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