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곡면 광성2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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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미성 기자
  • 승인 2021.10.11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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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안골 윤창기 할아버지의 쟁기

  윤창기 70세 / 안골 토박이
  감나무에 물까치들이 앉아 지저귀던 날, 강황을 썰던 윤창기 할아버지의 사모님 댁을 다시 찾았다. 하우스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 오늘은 무얼 하고 계신가 여쭈어 보았다. 인터뷰란 얘기에 슬쩍 일어나 작물에 물 주러 가야 하니 우리 남편하고 이야기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던 윤창기 할아버지와 이야기 나눴다
  ◇ 두 분이 오순도순 뭐하고 계셨나요?
  “고추 끈 정리해서 이어서 재활용하려고 하고 있었지. 40년 전부터 고추 줄 재활용하기 시작했어. 그 전에는 재활용 안 했나고? 그때는 줄 띄우는 게 없었어. 모 붓고 씨 뿌리고 그냥 나는 대로 했거든. 나면은 솎아주고 매 갖고 그냥 꺽어 주고 그랬지. 원래 이 줄도 한 번 쓰고 버리는데, 그러기 아까워서 새 끈일 때 고추 끈으로 쓰고, 그 다음에는 좀 금방 수확하는 것, 조금 있으면 완두콩 모 붓거든? 완두콩 같은 거에다가 주로 써먹는다고.”
  ◇ 자주 쓰고 오래 쓴 농기구가 있으신가요?
  “우리 소가 갈던 쟁기 있는디. 보실보습은 없어. 보여 줄 수 있지. 그전에는 경운기도 없고 소로만 했잖여. 소로 갈으야 하니께 썼지.”
  ◇ 보관 상태가 좋은데 사용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저거 한 20년 됐을 걸? 다른 쟁기를 쓰다가 돌막 걸리고 부러져서 광천장에서 새로 사 왔어. 10년 정도 쓰다가 경운기 쓰면서 안 쓰게 됐지. 그래서 그냥 소집이다가 빼달아 놨어. 쟁기 보믄 소로 일허던 거, 저이하고 소 쬐끄만 걸로 일 가르치던 거, 그런 거 생각나지. 소 붙잡고 빤뜨시 가게 하느라고 붙잡고 댕겼어. 소가 내 마음대로 안 가. 일자로 쭈욱 가야허는데 자꾸 지가 가고 싶은 데로 가지. 쟁기가 무겁고 그러니께. 몇 달 동안 허므는 지가 혼저 내가 하라는 대로 가. 저이랑 같이 소 교육시키는 거여. 소 교육허는 것도 큰일이여. 1년에 한 번씩 그거 하느라고 어려웠지. 하하. 참, 저기 농기계창고에 더 귀한 거 있는데 보여 줄게.“
  “이거 귀한 거야. 아까 그건 가는 거고. 이건 쟁기질 한 다음에 논을 평평하게 고르는 거여. 써레라고 허지. 그리고 이건 탈맥기. 채종할 때 씨 빼는 거여. 채종할 때 많이 썼었는데 이제는 채종을 안 혀서 안 써.”
  어느새 돌아온 윤창기 할아버지 사모님이 슬그머니 이거 먹으라며 감말랭이가 가득 든 봉지를 내민다. 베시시 웃는 모습이 윤창기 할아버지와 닮았다. 닮은꼴 부부는 사이좋게 농사지으며 나이 먹어간다. 곱게 보관한 오래된 농기구도 부부를 닮은 듯하다.

윤창기 할아버지의 소가 갈던 쟁기 모습
윤창기 할아버지의 소가 갈던 쟁기 모습

[출처]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블로그|작성자 홍성군 청년마을조사단(남지현,김미화,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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