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기 70세 / 안골 토박이
감나무에 물까치들이 앉아 지저귀던 날, 강황을 썰던 윤창기 할아버지의 사모님 댁을 다시 찾았다. 하우스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 오늘은 무얼 하고 계신가 여쭈어 보았다. 인터뷰란 얘기에 슬쩍 일어나 작물에 물 주러 가야 하니 우리 남편하고 이야기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던 윤창기 할아버지와 이야기 나눴다
◇ 두 분이 오순도순 뭐하고 계셨나요?
“고추 끈 정리해서 이어서 재활용하려고 하고 있었지. 40년 전부터 고추 줄 재활용하기 시작했어. 그 전에는 재활용 안 했나고? 그때는 줄 띄우는 게 없었어. 모 붓고 씨 뿌리고 그냥 나는 대로 했거든. 나면은 솎아주고 매 갖고 그냥 꺽어 주고 그랬지. 원래 이 줄도 한 번 쓰고 버리는데, 그러기 아까워서 새 끈일 때 고추 끈으로 쓰고, 그 다음에는 좀 금방 수확하는 것, 조금 있으면 완두콩 모 붓거든? 완두콩 같은 거에다가 주로 써먹는다고.”
◇ 자주 쓰고 오래 쓴 농기구가 있으신가요?
“우리 소가 갈던 쟁기 있는디. 보실보습은 없어. 보여 줄 수 있지. 그전에는 경운기도 없고 소로만 했잖여. 소로 갈으야 하니께 썼지.”
◇ 보관 상태가 좋은데 사용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저거 한 20년 됐을 걸? 다른 쟁기를 쓰다가 돌막 걸리고 부러져서 광천장에서 새로 사 왔어. 10년 정도 쓰다가 경운기 쓰면서 안 쓰게 됐지. 그래서 그냥 소집이다가 빼달아 놨어. 쟁기 보믄 소로 일허던 거, 저이하고 소 쬐끄만 걸로 일 가르치던 거, 그런 거 생각나지. 소 붙잡고 빤뜨시 가게 하느라고 붙잡고 댕겼어. 소가 내 마음대로 안 가. 일자로 쭈욱 가야허는데 자꾸 지가 가고 싶은 데로 가지. 쟁기가 무겁고 그러니께. 몇 달 동안 허므는 지가 혼저 내가 하라는 대로 가. 저이랑 같이 소 교육시키는 거여. 소 교육허는 것도 큰일이여. 1년에 한 번씩 그거 하느라고 어려웠지. 하하. 참, 저기 농기계창고에 더 귀한 거 있는데 보여 줄게.“
“이거 귀한 거야. 아까 그건 가는 거고. 이건 쟁기질 한 다음에 논을 평평하게 고르는 거여. 써레라고 허지. 그리고 이건 탈맥기. 채종할 때 씨 빼는 거여. 채종할 때 많이 썼었는데 이제는 채종을 안 혀서 안 써.”
어느새 돌아온 윤창기 할아버지 사모님이 슬그머니 이거 먹으라며 감말랭이가 가득 든 봉지를 내민다. 베시시 웃는 모습이 윤창기 할아버지와 닮았다. 닮은꼴 부부는 사이좋게 농사지으며 나이 먹어간다. 곱게 보관한 오래된 농기구도 부부를 닮은 듯하다.
[출처]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블로그|작성자 홍성군 청년마을조사단(남지현,김미화,전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