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마을이야기] 장곡면 광성2리마을
[홍성군 마을이야기] 장곡면 광성2리마을
  • 임미성 기자
  • 승인 2021.10.12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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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안골 이정희 할머니의 호미

  이정희 84세, 장곡 모산리 출신
  마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안골을 서성이던 중 드르륵- 유모차 소리와 함께 밝고 경쾌한 목소리의 이정희 할머니를 만났다. 다양한 호미의 연대기를 보여주겠다며 조사단을 집으로 초대한 이정희 할머니의 호미로 농사를 짓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호미의 연대기란 말이 재미있어요. 평소에 호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호미도 다 나이가 있어서 연대기라고 했어. 정말 오래된 애들이지. 하하. 호미를 사서 쓰고 저기 어디다가 둬도 사라진 애들이 더 많아. 호미는 3년만 써도 이렇게 닳거든? 그럼 또 새로 사. 새로 사서 조금만 써도 또 닳으니까 또 새로 사.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다 가지고 있을 거야. 호미의 시간이니까 연대기지. 아마 안골 여자들은 대부분 호미를 쓸 거야.”
  ◇ 특별히 애정이 가는 농기구가 있나요?
  “농기구 중에서 내가 하는 일은 다 호미로 하니께 호미가 제일 좋아. 주로 호미로 밭 매는 거 많이 했어. 팥 심고, 깨도 심고, 고추밭도 매고. 밭에 곡식을 안 심는 게 어딨어. 다 때가 되면 해야지. 서서도 하고 앉아서도 하고. 근데 이제 내가 나이가 들어서 많이는 못 할 것 같아. 호미나 옛날 농기구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자주 나. 옛날에는 베도 짜고 별거 다 했었어.”
  ◇ 제일 좋은 농기구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추억이라. 아까 말한 것처럼 농기구들 다 나이가 있어. 이 호미들도 다 나이가 있지. 제일 작은 이 호미는 우리 손자가 지금 서른셋인디 애기 적에 가지고 댕겼으니까 한 30년 넘었겠네. 손자 태어나기 전에 썼던 거거든. 기억에 남는 건 내 손자가 조금 자라니까 이 작은 호미를 들고 이 할머니를 따라서 밭을 메겠다고 쫓아 댕겼으니께. 30년이 아니라 한 40년 됐을 거야. 50년은 안 됐을 거고. 그렇게 그 호미를 보니까 좋더라고. 오래오래 썼어. 호미들은 광천장 철물점에서 샀지. 옛날에는 호미도 갈아다가 썼는데 이제 가는 사람이 없어. 다 새로 사지. 호미가 자꾸 닳아서 새로 사다 보니까 이렇게 많아졌네. 새로 산 건 날카롭지? 오래 쓰면 닳아. 내년 여름만 되어도 또 닳을걸.”
  해가 사위어가는 시간, 이정희 할머니는 다정한 손길로 호미들의 겨울잠을 준비하고 있다. 호미들은 봄날, 다시 찾아올 할머니의 손길을 기다리며 하나둘 눈을 감는다.

왼쪽으로 나열된 순서부터 최근에 사용한 호미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호미에 세월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왼쪽으로 나열된 순서부터 최근에 사용한 호미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호미에 세월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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