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곡면 광성2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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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충남
  • 승인 2021.10.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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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안골 최음전 할머니의 괭이

  최음전 78세 / 은하면 화봉리 출신
  드르륵 드르륵. 손수레를 이끌며 회관으로 가는 길, 낯익은 외부인에게 “학생들 또 왔남?” 하며 반갑게 먼저 맞이해주시는 최음전 할머니. “그런데 어디 아픈가, 다쳤나? 얼굴에 뭐 약을 이렇게 잔뜩 발랐어.” 얼굴에 남은 약 자국을 보고는 걱정을 아끼지 않았다. 하실 말씀이 없다 하심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진행할 주민이 보이지 않아 슬프다는 말에 두 손을 걷어 올리며 도와주시겠다는 최음전 할머니. 그 따스한 인정과 함께해 온 농기구는 어떤 모습일까.
  ◇ 집에 가장 오래된 옛 농기구가 있는가?
  “옛날 거 뭐. 이런 것도 되나? 보리탈곡기. 지금도 여전 이거로 콩 바심하고 들깨 바심하고 허여. 아마 20년쯤 됐을 거여 이게. 또 이거 빨랫돌. 돌 좋지? 옛날 거라. 하나 변질이 안 됐잖아. 이거는 빨래터에서 다딤이돌 뚝딱뚝딱 투드려서 하던 거. 멧돌은 저 안에가 들었는데 꺼내줄게. 옛날에 밀 같은 거 갈아 갖고 바심해서 거기다 간 다음 채로 쳐서 수제비도 해먹었었지. 아 나무 잘라다가 직접 만들은 이 칼도 있어. 우리 할아버지가 만들었지.”
  ◇ 제일 많이 썼던 농기구는 무엇인가?
  “뭐 요새는 안 써도 보이믄 다 쓰야지. 봄에 일할라믄 다 쓰는리를 거야 이게. 어따 쓰는 거냐면 뭐 캘 때. 나무뿌리 같은 거 캘 때 이거로 캐. 꽹이가 근데 삼각형처럼 생긴 꽹이도 있고 이렇게 널찍하게 생긴 꽹이도 있잖아, 그런 거는 밭고랑 긁고 골치고 할 때 쓰고 이건 나무 뿌리같은 거 캘 때 써. 아이 나도 많이 썼었지. 배 뿌리도 캐고. 이거 다 우리 남편이 광천장에서 사왔던 거야. 부러지고 하믄 우리 남편이 다시 만들고.”
  ◇ 그 농기구를 보면 생각나는 기억이 있는가?
나 대뿌래기대나무 뿌리 캔 지가 한 30년 정도 됐는데 그때는 젊었으니까 그렇게 캤었지. 이 무거운 걸 들고서 막 그렇게 캤었는데. 그런 게 생각나네. 그거 그냥 놔뒀으면 지금 밭 하나 못 해먹었을 거야. 내가 그걸 며칠 두고 봄마다 했어. 남자같이 근력 센 사람이나 해야 하는데 내가 했으니께 얼마나 힘들어. 내년 봄에 또 캐야지. 그래도 내가 또 해야지.
  봄마다 캐오던 나무 뿌리, 덧대온 세월만큼 괭이의 무게는 더욱더 더해져 간다. 매년 성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허리를 숙이며 근력 좋은 남성이라도 마다할 일을 묵묵히 해냈다. 그리곤 지켜냈다, 나의 집과 가정을. 그때의 내가 고생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번듯하게 자리할 수 있었을까. 죽을 때까지 이 집에서 머물 것이라는 최음전 씨는 아들과 같이 살 준비를 하며 다시 괭이를 든다, 여전히 곱고 흰 살결을 가지고.

최음전 할머니께서 주로 나무 뿌리를 캘 때 사용한 괭이의 모습 광천장에서 사왔으며 그 무게가 매우 무겁다.
최음전 할머니께서 주로 나무 뿌리를 캘 때 사용한 괭이의 모습 광천장에서 사왔으며 그 무게가 매우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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