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마을 이야기] 은하면 장촌마을-사람사는 이야기①
[홍성군 마을 이야기] 은하면 장촌마을-사람사는 이야기①
  • 임미성 기자
  • 승인 2021.12.01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풍경이 되는 사람들
마을 제초작업에 나선 마을주민들.
마을 제초작업에 나선 마을주민들.

  매년 두 차례 장촌마을에서는 마을 제초작업이 진행된다. 올해는 하지가 되기 전인 6월 15일과 추석 전에 진행하기로 했다. 1반과 2반은 유송리로 들어오는 길, 3반은 구항면 태봉리에서 들어오는 길과 마을회관 주변 꽃나무 심기, 4반은 산제당 주변 제초작업이 진행된다. 각 반장들과 총무에게 연락을 하고 마을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제초작업이 있음을 한 번 더 공지한다.
최병창 이장이 마을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마을 내 청결이다. 분리수거를 잘 하고. 영농폐기물을 잘 정리해 모아두었다가 버리는 일을 일상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모아둔 재활용품은 일 년에 두 번 면사무소에서 수거해간다. 그때까지 집 한구석에 잘 보관해둔다. 
  새벽 5시, 마을주민들이 하나둘씩 제초기와 호미를 들고 모여든다. 이번 마을안길 제초작업 후에는 국화, 깨꽃 등 꽃나무를 식재한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방문하는 가족들에게 노란 국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1반에서는 남자 어르신들이 제초기를 어깨에 메고 유송리로 넘어오는 길 제초 작업에 나섰다. 제일 고생한 사람들이 4반 사람들이다. 
  산제당 오르는 길이 쉽지 않을뿐더러 풀이 워낙 많이 자라 제초기를 메고 풀을 베는 일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렇게 풀을 베도 비 한 번 오고 나면 금세 자라는 것이 풀이다. 풀만큼 억센 생명력을 가진 것이 있을까 싶다. 작물들도 풀처럼 가꾸지 않아도 잘 자라면 좋으련만 어째 작물은 마음 주고, 손길 주고, 정 주고, 물을 주고, 거름 줘야 잘 자란단 말인가. 과연 하늘의 뜻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제초작업이 끝나갈 무렵 마을총무 김광기 씨가 차로 곳곳에 간식을 배달한다. 빵과 음료수, 맥주, 오징어, 제초기 칼날, 모기약을 한 개씩 돌린다. 노동의 여운을 달래는 맥주 한 모금과 허기짐을 달래는 빵과 음료수를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아침 해가 긔암산에 걸린 시간, 최 이장이 뒷마무리에 나선다. 병은 병대로 정리하고, 사용했던 호스도 잘 정리해둔다. 마을 여기저기에 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일 년 열두 달 녹색과 노란색이 교차하는 풍경에는 별다를 것이 없다. 그 별다를 것 없는 풍경에 의미를 더해주는 것은 풍경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버스 창가에 이마를 대고 앉아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 안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풍경은 온전히 마을의 풍경이 되고 의미가 된다. 풍경이 되는 장촌마을 사람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