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별티농장을 운영하는 정진군 씨 집에는 소 65마리가 100년이 넘은 외양간과 축사를 지키고 있다. 1946년생 부인 강창수 씨와 함께 거주하는 집은 강 씨가 시집을 오기 전부터 정 씨가 거주하던 집이다. 외양간과 아궁이가 지금까지 정 씨의 집을 버티는 든든한 아랫목이다. 외양간에는 얼마 전 새끼를 낳은 암소가 새끼 두 마리와 함께 있다.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뒤 흙으로 마감한 외양간은 예전부터 아궁이나 부엌 근처에 만들었다. 농업사회에서 소나 말을 먹이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정 씨의 외양간 역시 아궁이 바로 옆에 위치한다. 소 여물을 만들어 먹여야 했기 때문이다.
외양간의 바닥은 흙바닥이며, 이 위에 짚 등을 깔아 더러워지면 거름이나 땔감으로 이용하기도 했다.외양간 이외에도 축사를 지어 소들을 기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축사 문이 허술한 틈을 타 소 한 마리가 산으로 향한 것이다. 정 씨가 막대기 하나를 들고 조심조심 소 뒤를 쫓는다.
강 씨 역시 지팡이를 들고 서서 소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큰 소리를 내면 소가 놀라 도망갈 수 있으니 살금살금 움직여야 한다. 산으로 더 올라가기 전 정 씨가 능숙한 솜씨로 축사로 유인한다. 그런데 정작 소가 축사를 피해 축사 주변을 맴돌기만 하고 있다.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 씨가 축사 뒤를 막고, 강 씨가 축사 앞을 지키고 섰다. 축사 입구로 오던 소가 갑자기 축사 사이 틈으로 머리만 들이밀며 들어가려고 애를 쓴다. 정 씨와 강 씨가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그렇게 실랑이를 한 지 30여 분이나 되었을까. 소가 큰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느릿느릿 들어가고야 만다. 정 씨가 막대기로 축사를 탕탕 내리치며 문단속을 한다. 도망간 소를 잡느라 부산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