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코로나19 대응 조직 '있으나 마나'
[이슈&이슈]코로나19 대응 조직 '있으나 마나'
  • 이예슬 기자
  • 승인 2020.07.07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8.9% 학교 대응 조직...34%만 원할 운영
학생감염병관리조직 87.5% 업무 '과부하'

[투데이충남/이예슬 기자] 보건교육포럼 서울지부와 전교조 서울지부 보건위원회는 서울시 초중고 각급학교 보건교사 5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경기, 인천의 설문지를 참고해 재구성한 이 조사는 교육부의 ‘학생감염병관리조직’ 지침에도 불구하고 학교 구성원의 참여가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코로나19 감염병 학교 대응 관련 및 환경 업무 등 실태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다.

교육부는 지난 두 차례(신종플루, 메르스)의 신종 감염병을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한 학교의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장을 반장으로 모든 학교에 감염병 관리조직을 두고 감염병에 대응하도록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 대응 매뉴얼을 2016년 12월 개정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학교는 ‘발생감시팀, 예방관리팀, 학사관리팀, 행정지원팀’ 4개의 감염병 관리조직팀을 구성하고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각각의 팀이 역할을 나눠 감염병에 대응하도록 되어 있다.

조사 결과 98.9% 학교가 코로나19 대응 조직을 구성했으나 응답자 34%만이 코로나19 대응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된다고 답했으며 현장에서는 아래와 같이 여전히 보건교사 1인에게 감염병과 관련한 대부분 업무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발생감시팀은 생활지도 담당 부장급 교사(총괄)를 팀장으로 학년부장, 담임교사, 교과교사, 보건(담당)교사로 구성하고 감염병 (의심)환자의 신속한 파악과 밀접접촉자 파악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감염병 발생 현황 일일보고(90%), 밀접접촉자 조사 및 안내(87%), 학생 등교 시 체온 측정(66%), 열화상 카메라 구입 설치 및 운영(70%), 나이스 학생건강자가시스템 운영(64%) 등 대부분 역할을 보건교사가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예방관리팀은 보건(담당)교사(총괄)를 팀장으로 담임교사 등으로 구성하고 보건교육, (의심)환자/접촉자 관리, 유행 확산 방지, 보건소 등 외부기관 역학조사 시 협조 등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보건교사는 예방관리팀의 팀장으로 학생 및 교직원 대상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교육(99.3%), 일시적 관찰실 운영(94.7%), 유증상자 진단 및 선별진료소 안내(98.4%), 필요시 역학조사 협조(98.4%) 등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학사관리팀은 교무부장(총괄)을 팀장으로 교육과정부장, 담임교사 등으로 구성하고 수업 및 출결 관리(의심)환자 이동이나 일시적 격리로 인한 교사 공백에 대한 조치(예: 수업 조정, 교실 내 학생 관리 등), 등교 중지 학생에 대한 행정 처리, 휴업/휴교나 등교 중지 시 학생들의 가정학습과 생활 관리, 학부모 대상 상황 전파 등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팀원도 아닌 보건교사가 등교 중지, 출결 총괄(31.5%), 휴업/휴교 등교 중지 시 가정학습 및 생활관리 안내 등(21.8%), 감염병 대응 관련 교사 공백 시 조치사항(수업 조정 등)(1.8%) 등을 담당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행정지원팀은 행정실장(총괄)을 팀장으로 행정실 직원 등으로 구성되며 역할은 위생시설 관리, 방역/소독 활동, 예산 및 행정지원이다.

설문 조사 결과 방역물품 구입, 배부 및 관련 공문처리(98.1%), 학교 시설 방역 소독(27.9%), 코로나19 대응 관련 현수막, 게시물 설치 등(56.2%)의 업무를 행정지원팀에 속하지도 않는 보건교사가 시행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유명무실한 ‘학생감염병관리조직’으로 인해 응답자 중 87.5%(49.2%가 매우 그렇다, 38.3%가 그렇다)가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 업무를 하면서 업무 과부하를 심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가장 힘든 점으로 꼽은 것은 감염병 대응 업무 분담에 대한 명확한 지침 부재(64%), 보건교사 1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60.6%), 감염병 대응 업무는 모두 보건교사가 해야 한다는 관리자의 인식(54.5%) 등을 들었다.

또한 감염병 대응 관련 교육청의 지원, 상담 등 전문성 부족(32.8%), 감염병 대응에 대한 교직원의 전반적인 협조 부족(22.1%),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 보건교사의 권한 부족(20.2%) 등도 업무 수행의 어려움으로 들었다.

보건교사들이 현장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은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대응 매뉴얼에서 제시된 ‘학생감염병관리조직’을 구성하고 위기 상황에서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현장에서 거의 반영되고 있지 않다.

보건교육포럼이 상설적으로 학교에 보건부를 구성하고 부장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해 온 이유다.

이는 단위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지원청, 서울시교육청 등에 현장과 소통하고 현장에 적용 가능한 관리 지침을 만들 수 있는 부서가 없으며 코로나19 관련은 모두 보건교사의 일이라며 공문과 업무를 배정하는 행태, 관리자의 인식 부족과 구성원들의 비협조 등의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

참고로 2019년 12월 서울시의회는 교육청 보건교육전담부서 설치를 조례안으로 통과시켰다.

등교 개학이 시행되며 코로나19 업무 중 가장 힘든 점으로는 단연, 증상만으로 코로나19 의심 학생을 선별해야 하는 문제(86.5%)를 꼽았다.

보건교사들은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검진 도구인 체온계와 증상에 대한 학생 문진만으로 코로나19 의심 학생을 선별하는 것은 선별진료소 의사들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보건교사들은 이 학생들을 선별진료소로 보내기 위해 학부모와 연락하고 소통 시 비협조적인 부분(46.6%), 선별진료소로의 이송 문제(40.2%), 보건소, 지역교육청 등 유관기관의 비협조적인 태도(22.8%) 등도 코로나19 업무 중 힘든 점이라고 응답했다.

기타 자유 응답으로 적어 낸 내용 중에는 본청, 지역청에 보건 장학사를 통한 의사소통 및 의사소통 구조가 아니다 보니 학교교육과정이나 현장을 모르는 대응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 수시로 바뀌는 지침, 만성질환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학생에 대한 배려가 없는 지침 등을 등교개학 시 업무의 어려움으로 이야기했다.

보건교사협회 김지학 대표는 최근 경남, 전남 등의 시설거부 보건교사 1인 시위 등을 거론하며 “법률에도 불구하고 개정되지 않고 있는 학교보건법 시행령의 보건교사 직무조항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