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폭·성폭·비리 100년 체육계 해소될까
[기획] 학폭·성폭·비리 100년 체육계 해소될까
  • 석용현 기자
  • 승인 2021.03.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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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에서 벗어나 불명예 수식어 지속 돼
재임 성공한 이기흥 체육회 회장, ‘근절 약속’

체육계가 인권, 학교폭력, 성폭력 등도 모자라 비리의 온상까지 우리 사회악에 대한 모든 잘못된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특히 체육회가 100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식어가 붙는 것은 불명예이다. 스포츠의 경우 정정당당한 게임으로 인식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폭력의 온상, 비리의 온상 수식어는 걸맞지 않는 수식어이다. 

이러한 불명예를 해소하기 위해 연임에 성공한 이기흥 제41대 대한체육회장은 최근 불거진 체육계 학교폭력 논란과 관련해 근절을 약속하면서 체육인 인권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체육의 새로운 100년이 시작되는 지금, 새로운 4년을 책임지게 돼 매우 영광으로 생각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대한민국 체육은 지난 100년의 위대한 역사 위에 새로운 100년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육인 인권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체육은 인권 제일주의와 함께 정의롭고 공정한 체육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면서 “갈등과 반목을 탈피하고 모든 체육인이 하나 돼 새로운 체육사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체적인 방안으로 “학교체육 정상화와 더불어 국가체육위원회 신설을 추진해 선수와 동호인 구분 없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스포츠 복지 국가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체육계, 학교폭력의 온상
학교폭력의 경우 여자배구단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에게서 시작됐으며, 남자배구에서도 OK금융그룹 송명근, 심경섭 선수의 학폭 의혹이 일어났다. 이처럼  “나도 당했다”는 추가 폭로가 잇따르고 있으며, 흥국생명은 이들 자매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무기한 출전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 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 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두고 체육계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라는 반응이다. 체육계는 폭력과 체벌의 온상으로 후배나 다른 선수를 때리고 괴롭히는 게 관행처럼 여겨왔다. 훈육의 명목으로 폭력이 용인되고 정당화된 것도 모자라 심부름을 시키고, 왕따를 시키는 등 방법도 가지가지였다.

더욱이 피해를 입어도 호소할 때가 마땅치 않으며, 있다 하더라도 문제아 취급을 당하기 일쑤여서 호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에 상담을 요구하더라도 학교에서는 피해자를 설득하고 쌍방 간 합의로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하는 등 외부에 세어나가지 않도록 덮기 빠뻤다는 사실이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장애인 운동선수 5명 중 1명이 구타, 욕설, 비하 등 13가지 유형의 폭력 피해를 겪었다. 10명 중 1명은 성폭력을 경험했다. 

인권위는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1만709명 중 1554명(남성 1180명, 여성 3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2019년 10월2일부터 31일까지 실시했다.

선수 354명(22.2%)이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협박이나 욕,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응답이 13%로 가장 높았다. 한 선수는 “동료 선수들로부터 내 자신의 몸(체형)에 대한 놀림이 많아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만두게 될 경우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체벌(8.8%)과 구타(6.9%) 피해를 호소했다.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51.5%)와 선배 선수(31.8%) 순으로 나타났다. 훈련장(58.3%)과 경기장(30.3%)에서 주로 폭력을 당했다. 합숙소나 회식자리(13.3%)에서도 폭력이 일어났다.

이처럼 체육계에 나타나는 폭력과 괴롭힘은 우리나라가 낳은 성적 만능주의에서 나온 것이다. 학생 선수들은 운동만 잘해도 명문대에 가고 돈과 명예가 따르는 프로 선수와 국가대표를 꿈꿀 수 있어 무엇보다 성적이 중요하다. 성적 지상주의는 경기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지도자가 선수를 때리고 선배가 후배를 괴롭히는 풍토를 낳았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합숙 생활로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에 노출된 선수들은 폭력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공부와 인성 교육을 포기한 학생선수들을 ‘운동 기계’로 키우는 관행은 스포츠 폭력의 온상이지만 험난한 과정을 거쳐도 프로나 국가대표로 ‘성공’하는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승자 독식의 엘리트 체육 체제에서 탈락한 학생선수들은 졸업 후 사회 적응에 심각한 문제를 겪는다.

◆ 체육계, 성폭력의 온상
체육계의 또 다른 수식어가 성폭력의 온상이다. 지난해 7월 소속팀 내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의 소식이 알려지며 유관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청원합니다' 제목의 글이 올라와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앞날이 창창한 청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서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팀에서 일부 지도자, 동료의 폭언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왔던 게 이유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조속히 철저한 사건 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가혹행위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를 폭행하고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팀 닥터’에게 법원이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상윤)는 지난달 22일 폭행과 유사 강간, 의료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운동처방사 안주현(46)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씨에게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과 각각 7년간 신상 정보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안씨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소속 운동처방사로 근무하면서 고 최숙현 선수 등 소속팀 전·현직 선수 27명 중 17명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일부 여자 선수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안씨는 또 미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한 것처럼 속인 뒤 선수들에게 마사지 등 의료 행위를 하고, 매달 수십만 원에서 100만원 이상씩 모두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체육계 성폭력 피해 초·중·고 학생선수는 1,000명 당 34.99명으로, 일반인 피해의 7배에 이른다. 이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동구남구을)은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초·중·고등학교 학생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언어폭력 9035명, 신체폭력 8440명, 성폭력은 2212명이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의 2020년 성범죄백서에는 지난 10년(2008~2017년)간 전체 성폭력 범죄 발생건수는 26만 건으로, 전체인구 기준 1000명 당 5.06명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8~19세의 체육계 초·중·고 학생선수는 6만3211명 중 성폭력 피해 경험을 당한 학생이 무려 2212명으로 1000명 당 3만499명, 일반인에 비해 7배나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체육계에 폭력·성폭력이 이토록 만연해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대한체육회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인권위의 전수조사 결과발표 이후에도 대한체육회가 폭력·성폭력 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 체육계, 비리의 온상
2019년 3월 체육계 비리 의혹이 대거 사실로 확인됐다. ‘빙상계 대부’로 통한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연세대학교 체육특기자 입시 비리 관련 의혹도 확인됐다.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특별감사에서 교육부는 한체대의 경우 전명규 교수의 합의 압박을 비롯한 교수들의 비리와 입시·학사 관리 부실 등 모두 82건의 비위행위를 적발했다.

전 교수는 조재범 전 코치가 교내 실내 빙상장 라커룸에서 강습생을 폭행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 동생이 한체대 쇼트트랙 선수라는 점을 이용해 합의하도록 압박한 점이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 4월 빙상연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직전에는 폭행 피해 학생의 아버지를 만나 감사장에 출석하지 않도록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빙상부 학생이 훈련 용도로 협찬받은 4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자전거 2대를 넘겨받거나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가품으로 납품받는 방법으로 특정 업체가 대학으로부터 정품 가액 5100만원을 지급하게 한 사실 등도 적발됐다.

이 외에도 교내 실내 빙상장과 수영장을 소수 단체에만 장기간 독점 사용하도록 특혜를 주거나 한체대 일부 교수들이 학생 및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학교 지원금을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부는 전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비롯해 교직원 35명에 대한 징계를 대학에 요구하고 빙상장 사용료 등 5억 2,000만원을 회수 조치했으며 금품수수 등 관련자 12명을 고발 및 수사 의뢰한 상태다. 

이처럼 체육계는 학폭·성폭·비리의 온상이라는 안 좋은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일부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줄서기 행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하면 지금까지 살펴본 체육계의 인권, 성폭, 학폭과 관련된 실태조사에서 밝혀진 사실만으로 체육계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개혁과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위한 체육계 문화환경교육 혁신의 불씨를 피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출범하는 이기흥 41대 대한체육회장의 역할과 통합적 리더십은 체육계 미래전략 100년의 새로운 문화혁신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제 체육계의 올바른 정립과 역할을 위한 통치의 기술과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학교체육의 지도학습 관리체계의 구축과 체육계의 자정 역량강화, 체육계 관련 언론 홍보기능의 대처능력 강화라는 통합적 관점에서 국가적 체육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의 각 기관이 함께 협력하고 교류하는 대한체육협력정책 통합기구의 역할이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새롭게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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