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30회/ 5장 하늘이 내린 건달 양천봉 (2)
[연재소설 19로탄]30회/ 5장 하늘이 내린 건달 양천봉 (2)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5.19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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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세의 패악질은 금도를 넘어 범죄 수준이었다.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간나, 니가 강도니 역도니?"

김명세의 욕설은 차라리 젊잖은 편이었다. 김명세는 김려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행동도 불사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냐? 내가 유배 중이기는 하나..."

"흐? 이 간나봐라. 아직도 정신줄을 못 챙긴다이? 옛날이 무시기 소용이간? 지금 시방 이 자리가 중요하다이."

김명세는 거침이 없었다. 그의 뒤에는 부사 '유상량'이 있었다. 유상량 또한 노론계열로 김려와 멀지 않은 관계였으나 인심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노론은 남인과 서학에 대해서는 거의 광적으로 불편해 하는 당론이 있었다. 김려는 노론이면서 서학에 관심을 둔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노론은 김려를 더욱 조여야할 인물로 찍어 놓고 있었다.

"끄응..."

"지랄하지 말라이. 내가 관청에  갔다올 동안 반성 많이 하고 있으라이 알겠지비?"

김명세가 가래침을 마루 위에 뱉으며 집을 나갔다. 김려는 아침부터 오물을 한 바가지 덮어쓴 기분이었다. 비참한 일이었다.

" 나으리?"

"......!"

"나으리 억울합니다. 진정 억울합니다. 으흐!"

위서방이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울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신음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 인간들이 재수 대가리 떨어지게 무시기 소리를 지른다카이. 썩 그치지 못하간?"

흰머리에 장승같이 큰 키에 해골의 형상을 한 김명세의 노모가 소리를 치고 나서면서 위서방의 울음이 끝났다. 어미는 아들보다 한술 더 떴다.

"밥은 꿈도 꾸지 말라이. 니것들 줄 밥덩이는 없다이. 방값 안받는 것만도 감지덕지하라이. 인상쓰지 말라이 두놈들 쎄를 뽑아 버리기 전에 ."

"... ...?"

김려는 차라리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산다는 것이 지옥과 다름 없었다.

조선시대 유배자는 지역관장의 책임이었다. 관장들은 자신의 관리지역의 유배자를 감시하고 먹고 재워줘야 할 임무가 있었다. 집안이 넉넉한 유배자는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했으나 그렇지 못한 자들이 항상 문제였다.

정약용은 황해도 곡산부사 시절 자신의 관할지역의 유배자가 12명이라 했다. 그들은 관내 천여 호의 집에서 돌아가며 음식을 제공하는데 그 음식이 사람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으면서도 민폐는 민폐대로 남으니 문제라 했다. 정약용은 이 문제를  관내의 잉여자산을 찾아내어 유배자들의 절목으로 못을 박는 조례를 만들어 해결했다. 죄를 물어 싫던 좋던 유배를 보내놓고 먹고사는 일은 알아서 하라는 식의 조선의 사법제도는 오백 년을 지속한다.

"나으리 양평사또..."

"양평사또라니?"

김려는 위서방의 물음에 반문을 한다.

"며칠전 양평사또께서 부령 누구를 찾으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

김려는 그제서야 위서방의 말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프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박제가가 준 서찰이 생각난 것이다. 박제가는 김려가 이런 꼴을 당할 것임을 미리 예감한 듯했다. 그리고 부령 일대에서 이름이 났다는 양천봉이란 인물에게 서찰을 써준 모양이었다.

"초정선생...."

김려는 새삼 박제가의 마음씀이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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