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실 기하는 읍면동 연두 방문 되기를
[사설] 내실 기하는 읍면동 연두 방문 되기를
  • 투데이충남
  • 승인 2024.01.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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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 들어 도내 시장 군수가 읍면동 주민들과의 대화를 갖는 연두 순방에 나선다. 시장 군수가 지역민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개선하기 위해 해마다 연초가 되면 관행적으로 실시하는 연례 행사다.

도지사가 시장 군수를 임명하던 관선 시절에는 초임일 경우는 초도순시, 재임 이상일 경우에는 연두순시라고 지칭했었다가 민선 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권위주의 냄새를 없앤다며 ‘읍‧면‧동민과의 대화’ 또는 ‘사랑방 대화’로 바꿔 부르고 있다.

평소 사업 현장 확인이나 점검을 위해 다니는 것 말고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이기 때문에 이장이나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등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을 초청해 지난 한 해 시‧군정 성과 소개와 올 한해 펴나갈 시책 설명을 먼저 하고 나서 지역 현안의 질문이나 건의 사항을 관행적으로 받고 있다. 

이것도 처음에는 질문자와 건의 사항을 사전에 취합해 건의 사항 전체 건수의 10% 이내에서 건의를 받고 있지만, 그것도 재정 사정이 여의치 못해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어서 참석자들은 기대보다는 실망감을 더 안고 돌아가기 마련이다.

지역 주민들도 열악한 재정 사정을 감안해 기껏해야 사업비가 2억 원 미만 소요되는 마을 안길 포장, 교량 보수‧신설 등이 봇물을 이루며 건의 사항이 보통 40~50건에 달한다. 연초에 공식적으로 만나는 자리인 만큼 보통 굵직한 한두 개 사업은 연초 선물로 주는 게 관례였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어려워 대화에 그치는 실정이다.

재정이 빈약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안을 다 들어주지는 못해도 비록 빈말 잔치일지언정 대화라도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라도 할애해 줘야 한다.

대부분 시장‧군수들이 하루에 2개 읍면씩 소화하느라 1년에 한 번 공식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상투적으로 인사치레나 할 거라면,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하루에 한곳을 다니더라도 주민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 궁금한 것을 물어 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지역에서 말깨나 한다는 인사들이 먼저 자기주장을 펴는 통에 구석에 앉아있다가 말한마디 못하고 돌아오는 주민들을 챙기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사랑방 대화’가 정말 각본 없이 하는 거라면 분위기를 봐가면서 지명을 해서라도 그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속앓이를 들어주고 같이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는 게 진정한 주민과의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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