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입단속 나선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시론] 입단속 나선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 이회윤 기자
  • 승인 2024.03.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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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박씨 성을 가진 백정에게 한 양반이 “네 이놈, 상길아 고기 한 근만 가져오너라” 했더니 그 백정은 고기를 썰어다 내줬다.

또 다른 “양반이 이보게 박 서방, 고기 한 근만 내주게 했더”니 먼저 양반보다 많은 양을 썰어주니까, 먼저 양반이 “저 양반에게는 많이 주고 나에게는 왜 적게 주느냐”며 항의했다. 

이 백정은 “대감께서 사가신 것은 상길이가 드린 것이고, 저분 것은, 박 서방이 드린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최근 국민의힘 22대 총선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으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출마자들의 입단속에 나섰다. “유권자들 앞에서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하고, 고개도 빳빳하게 들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3일 성일종 의원이 서산장학재단이 장학금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히로부미를 인재라고 언급했다가 논란이 일어난 예를 의식해서인 것 같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취지에서 “60, 70대는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고 공동선대위원장까지 사퇴했어도 결국 총선에서 악영향을 미친 예가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이 한 방송에 출연해 유정복 인천시장을 옹호하기 위해 “서울에 살던 사람이 이혼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부천으로 가고, 부천에 살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로 간다”는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을 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은 지난 2020년 부산에서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회의에서 “부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체증이 많고,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하는 생각을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가 지역폄하 논란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지난해 7월 당시 김은경 민주당혁신위원장이 “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행사가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950만 노인들의 역린을 건드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사과하러 간 김 위원장 면전에서 김 위원장 사진에 뺨을 때린 일도 있었다.

지난주 ‘발목지뢰 경품’을 말한 정봉주 전 의원이나 수년 전 5‧18 폄하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국민의힘 도태우 후보 모두 무심코 내뱉은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공천이 취소되는 화를 자초한 것이다. 

말 한마디도 상대방을 존중해서 잘하면 그 양반처럼 박서방 한테 소고기 좀 더 얻어먹을 수 있지만,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내뱉는 말은 금뱃지를 앗아간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의 고사가 생각나 한 줄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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