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의 가을 야구
한화이글스의 가을 야구
  • 충남투데이
  • 승인 2018.10.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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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의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 수백발의 폭죽이 올랐다.

 다른 팀들이 볼 때 “지들이 우승한 것도 아닌데 웬 난리냐?”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야구 경기가 마무리된 뒤 1시간여를 이탈하는 관중 없이 한화 이글스 야구단과 함께 팬으로써의 권리를 즐겼다.

 시즌 마지막 경기 김태균의 역전 2루타에 이글스의 여성 팬은 울먹였고, 이글스 파크의 관중들은 자리에 앉지 못했다.

 경기 후 이글스파크는 선수들만이 아닌 팬들과 함께하는 무대가 되었고 팬들은 선수들에게 감사했고 선수들 또한 팬들의 그동안 가슴앓이에 미안하면서 끝까지 함께 해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11년이다. 충청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천안의 유관순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현대스카이워커스 배구단에 대한 사랑이나 대전 충무체육관을 홈으로 사용하는 삼성블루팡스에 대한 충남도민의 사람은 모든 프로 팀들의 부러움을 살만큼 대단하다.

 그리고 좋은 결과로 충청인의 자존심을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화에 대한 보살수준의 팬들의 응원에도 한화는 긴 세원동안 리그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모를 격어야 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전설로 통하는 감독들을 내세우고 많은 투자를 통해 능력 있는 선수를 확보해도 성적의 변화는 없었다.

 그렇게 10년을 보낸 후 한화이글스가 내린 경전은 레전드의 소환이었다. 감독 초짜인 한용덕 감독과 영구결번 21번과 35번의 송진우와 장종훈 두 코치를 후배들 앞에 세운 것이다.

 한감독과 두 코치는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보다는 팀의 리빌딩에 무게를 둔 포석이었고, 이들 역시 감독과 코치의 입장이 아닌 선배로써 후배들을 원 팀으로 만들려는 마음으로 출발한 첫해였다.

 이들의 지도력이나 커리어가 전임 감독이나 코치들에 비해 월등하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상황이 아닌 상태 또한 아니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대화하고 함께 웃으며 한곳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변화의 단초가 된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실패 속에서 움츠려진 후배들의 어깨를 펼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고 선후배의 간극을 좁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기대치를 높이고 부족한 점을 스스로 인식해 2군행을 부끄러움보다 도전의 계기로 바꾸는 새로운 마인드가 팀 선수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사실 그게 전부였다. 모르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남들보다 나은 뭔가 획기적 전략을 통한 변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눈에 팬들의 보살 차원의 응원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감독과 코치의 지도가 선배의 격려로 받아들여지면서 스스로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예년의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한 투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복덩이라 불리는 호잉의 필사적인 플레이가 모든 선수들에게 바이러스로 전염 되었고, 송은범과 이태양의 제 몸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은 듯 한 포지션의 변화는 그들을 미치게 했다.

 변화의 바람은 선수들을 패배의 오래된 기억 속에서 벗어나게 했고 누구하나 기대하지 않았던 시즌 3위의 업적을 달성한 것이다.

 11년간의 긴 터널의 끝을 나온 선수들과 그들을 기다린 팬들에겐 축포와 포스트시즌 출정식 이라는 이정도의 ‘호사’는 누려도 된다는 것이 충청인들의 아량이다.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더 멀리 미래를 바라 볼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온 지난 10년간의 아픈 기억을 털어낸 것이다.

 한화이글스 경기는 끝나야 알 수 있다는 야구 해설가의 말이 이젠 낮 설지 않게 된 상황이 충청인들의 그동안 야구에서만은 세우지 못했던 자존심을 이제 당당히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포스트 시즌을 통해 그동안의 한화처럼 원-팀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길 충청인이 바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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