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조기집행 문제가 있다.
예산 조기집행 문제가 있다.
  • 충남투데이
  • 승인 2018.10.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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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에 원숭이를 좋아해 키우는 저공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런데 원숭이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이에 저공은 원숭이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자 저공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했다.

이에 원숭이들은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삼모사 [朝三暮四]이야기다.

우리 주위에도 조삼모사의 표현이 어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국가 예산의 조기집행 문제를 들 수 있다.

국가의 예산이란 미리 책정된 금액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기집행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예산 조기집행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산을 일시에 몰아서 사용하는 것이 좋을 리 없지만 조기집행으로 민심을 산다는 것은 조삼모사와 다를 바 없다.

민생문제나 구제문제 등에 대해서는 조삼모사라 할지라도 우선 보여 지는 것의 중요성 때문에 정치권에서 조기집행을 강조할 수 있다.

그러나 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조기발주는 문제가 심각하다.

발주 예정 공사의 70% 정도를 4월 이전에 조기발주를 하는 것이 최근 보편화된 형태인데 3월 중순에 시작되는 건설 현장의 공사가 5월정도까지 집중되는 것은 발주자나 건설회사 모두에게 무리가 되고 있다는 중론이다.

일시에 행해지는 공사로 인한 주민 불편과 자재값 파동 등 예측 가능한 상황은 물론 조기 완공을 위한 무리한 공정 진행 등으로 인한 사고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건설회사의 현장관리 소홀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여러 현장의 공사를 동시에 행하다 보니 관리가 안 되고 결국 부실공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상반기 한 두 달 공사가 완료된 후 공사발주 물량이 없어 하반기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설회사가 힘들어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하반기의 비수기 문제다.

상반기 여러 현장을 위한 관리직원 채용 등 몸집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상반기 이익 잉여금을 모두 소진하게 되는 악순환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하반기 비수기를 예측하고 상반기의 현장 관리자 고용을 안 할 수도 없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우선순위에 입각한 적절한 발주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사기간 단축이 문제가 아니라 안전한 시공이 우선되어야 하고 조기 발주를 통한 경기회복이 문제가 아니라 일정 규모의 꾸준한 현장 관리가 능률 및 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이 이들의 한목소리이다.

정부나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예산 조기집행에 대한 시책도 지급되고 있다.

조삼모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중앙 정부란 얘기다.

긴급한 분야에 대한 조기집행은 향후에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분야의 예산 조기집행은 문제가 있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는 예산집행을 효율의 범주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지나 교육 등 초기 예산 집행으로 연말까지 수혜가 가능한 예산은 조기 집행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건설이나 SOC 등에 대한 예산은 공사의 규모와 공정에 따른 적절한 예산 집행의 기법이 필요하다.

저공이 키우는 원숭이와 우리의 현실이 같을 수는 없다.

효율을 높이고 적재적소에 필요 시점을 맞춘 예산의 집행이 필요하다.

조삼모사보다 더 중요한 국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예산 집행의 기술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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