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곳곳에서 중장기 계획도 없이 난립하는 공약성 사업들이 지방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15개 시·군 기초단체장들이 선거 때마다 쏟아내는 대규모 사업들은 일단 ‘시작’은 요란하지만, 운영비와 유지관리비에 대한 장기 전략은 빈칸으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빈칸은 결국 도민의 부담으로 채워지며, 사업이 계속될수록 재정 위험은 커지고 지역경제의 성장 동력까지 잠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역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결코 가벼운 의심이 아니다. 도민이 대표자를 의회에 보낸 이유는 단 하나,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의 본령을 지켜달라는 대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민규 충남도의원의 최근 행정사무감사 활동은 다시 한 번 광역의원의 존재 가치를 일깨우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지 의원은 충남 청소년 직업체험관 건립사업의 총사업비 급증과 아산시의 소극적 대응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당초 430억 원이던 총사업비는 어느새 610억 원으로 불어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도민 세금으로 환산되는 사안이었다. 더욱이 이 사업은 중앙투자심사에서 ‘수요·편익 과다 추정’과 ‘경제성 분석 오류’까지 지적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아산시는 사업 추진 의지를 말로만 강조할 뿐, 운영비 부담 5:5 분담조차 거부하며 책임을 도에 전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 의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냈다. 연간 최소 30억 원, 향후 10년간 300억 원 이상의 운영비가 예상되는 만큼, 전체 사업 규모는 800억~90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단순히 예산 항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전 생애주기(Life Cycle Cost)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적 접근이었다. 이는 ‘반납 우려가 있다’는 명목으로 15억 원 국비에 매달려 도민에게 수백억 원의 부담을 떠넘기려 했던 기존 행정의 안일함을 정면으로 흔드는 지적이었다.

지민규 의원의 활동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전면 재검토’라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사업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재정 건전성과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보여온 ‘선 추진, 후 대책’식 행정 관행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였다. 더 의미 있는 지점은 이 사안이 단순한 예산 통제 문제가 아니라 지방행정 전반의 공약 관리 체계 부실을 드러낸 사례라는 데 있다. 기초단체장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사업의 당위성만 강조한 채 중장기 유지비용을 외면하는 관행은 결국 광역의회가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를 하지 못할 때 생기는 구조적 병폐다.

그동안 지 의원은 민선8기 도정 전반에서 재정 건전성, 사업 타당성, 정책 실효성을 일관되게 기준으로 삼으며 행정의 허점을 짚어 왔다. 산업경제·재정·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행정”을 강조했고, 이번 직업체험관 논란에서도 이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공약사업이든 중앙정부 연계사업이든, 도민 부담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면 원점에서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은 광역의원의 책무에 가장 충실한 태도다.

지방자치가 성숙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정 민주주의’다. 세금은 무한하지 않으며, 한 번 시작된 사업의 운영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남는다.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감시하는 의원이 없다면, 지방정치는 결국 인기성 사업 경쟁으로 왜곡되고 지역 발전은 지속 가능성을 잃게 된다.

충남도의회가 도민에게 존중받기 위해서는, 지민규 의원과 같은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의정활동이 더 많이, 더 넓게, 더 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도민은 ‘사업을 얼마나 많이 했는가’를 기준으로 지방정부를 평가하지 않는다. ‘재정을 얼마나 책임감 있게 운영했는가’, ‘장기적 관점에서 도민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기본 가치에 충실한 감시 활동이 가능할 때, 지방의회는 비로소 존재 목적을 실현하게 된다.

지민규 의원의 이번 지적은 단순한 사업 재검토 요구가 아니라 지방행정 전반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우리는 지금 도민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결정을 하고 있는가.”

광역의회가 이 질문 앞에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충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