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K-컬처 본산 대형 공연 인프라 부재, 충남이 구조 바꾼다
전국 1시간권 중심 천안아산서 문화·경제 신성장 동력 확보 선언
[투데이충남]이지웅 기자= 충남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형 결단을 내렸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18일 발표한 ‘천안아산 5만 석 돔구장 건립 추진’은 단순한 체육시설 조성이 아니다. 문화·관광·경제·일자리 등 충남의 미래 구조 자체를 뒤바꾸는 전략 산업이자, 충남이 스스로 대한민국의 중심축으로 올라서기 위한 정치·경제적 선언이다. 특히 이번 발표의 핵심은 ‘돔구장 자체’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문화경제 생태계에 있다. 충남이 선택한 길은 소극적 행정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 전략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언은 한국 공연 인프라의 심각한 공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은 세계 K-팝 산업의 본산임에도 불구하고, 5만 석 규모의 공연용 돔구장은 단 하나도 없다. 유일한 실내 돔인 고척스카이돔은 1만 6,000석 규모로 글로벌 아티스트의 월드투어 대형 무대 설치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BTS·세븐틴·블랙핑크 등 수많은 K-팝 스타들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돔투어를 열고 있으며, 이는 공연 산업의 수익 대부분이 한국이 아닌 해외로 흘러가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충남이 나서 돔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결정은 이러한 구조를 바로잡고, ‘K-팝의 본고장은 한국’이라는 자연스러운 사실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천안·아산을 선택한 것도 매우 전략적이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중심에 위치한 천안아산역은 전국 어디서든 1시간~1시간 30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교통 중심지’다. 서울역에서 33분, 용산에서 25분, 대전에서 19분. 여기에 SRT·전철 1호선·고속도로 4축이 결합된 곳은 전국 최유일하다. 돔구장의 성패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데, 천안아산은 오히려 서울보다 접근성이 좋다. 일본의 도쿄돔·오사카돔도 지리적 중심성에서 천안아산보다 열악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태흠 지사가 제시한 “야구 30경기 개최·K-팝 공연 150~200일 운영”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수치다. 일본 5대 돔은 모두 연간 200일 이상 대관 행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도쿄돔의 경우 연중 거의 매일 행사가 열린다. 북미 로저스센터 역시 MLB, 대형 콘서트, 전시회를 통해 365일 가동되는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 충남이 목표로 내건 운영수치는 오히려 보수적인 편이다.
돔구장 건립은 충남 경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다. 공연과 스포츠 관람객은 숙박·음식·쇼핑·관광산업으로 이어지고, 이는 청년 일자리 확대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돔구장은 지역을 방문해야만 소비가 발생하는 구조여서,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충남이 강조한 광역복합환승센터, 호텔·쇼핑 개발 전략은 돔구장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급 개발 효과를 현실화할 수 있다.
천안아산 돔구장 선언은 충남이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준비할지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충남이 더 이상 수도권 주변부가 아닌 ‘문화·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할 준비를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