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불편 외면하면 성과는 곧 분노로 바뀐다
논산시 강경읍에 마침내 도시가스 시대가 열렸다. 배관망 40km 구축, 3,500세대 공급. 지역 균형 발전의 상징이자 숙원 사업의 결실이다. 늦었지만 잘한 일이며, 지역민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행정 목표는 분명히 달성했다. 그러나 지금이 박수만 칠 때가 아니다.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대규모 기반시설 사업 뒤에는 늘 소음과 먼지, 도로 파손, 교통 불편, 상가 매출 감소 등 주민들의 고통이 뒤따른다. 특히 배관 공사는 ‘파헤치고-묻고-덮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안전 점검, 누수 방지, 도로 복구까지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 과정이 허술하면 성과는 순식간에 원성으로 바뀐다. 도로를 제대로 복구하지 않아 빗물 고임과 균열이 발생하고, 재시공이 반복된다면 시민은 불편을 넘어 분노한다. "도시가스 준다더니 길만 망가뜨렸다"는 불평이 쏟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행정은 성과의 크기만큼 책임도 크다. 특히 이번 사업은 ‘주민의 염원’이라는 상징을 가진 만큼 사후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주민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 개통이 아니다. 편리한 생활, 안전한 공급, 깨끗한 도로, 불편 없는 일상 복귀다. 지금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현장 대응 시스템’이다.
첫째, 공사 구간 전수 점검과 즉각 복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미복구 구간, 침하 위험 지점, 배수 불량 지역을 선제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민원 접수 후 대응’이 아니라 ‘문제 발생 전 점검’이 기본이다.
둘째, 주민 소통 창구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공사 구역, 일정, 복구 계획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불편이 접수되면 24시간 이내 처리 원칙을 세워야 한다. 행정이 먼저 다가가는 모습이 주민 신뢰를 만든다.
셋째, 안전 관리 강화는 말할 필요도 없다. 누출 사고 한번이면 행정이 쌓은 신뢰는 무너진다. 완벽한 점검과 주기적 관리가 필수다.
강경읍 도시가스 개통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다. 지역 균형 발전, 에너지 복지, 생활 인프라 개선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행정의 성과는 ‘오픈식 단상’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 속에서 증명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진·리본 커팅이 아니라 ‘민심 관리’다.
행정은 주민의 기대와 원성 사이의 경계선에 서 있다. 그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반짝 성과로 끝낼 것인가, 지속적인 신뢰로 이어갈 것인가. 땅을 파는 데 쓴 노력만큼, 덮고 관리하는 데도 땀을 흘려야 한다. 시민이 체감해야 진짜 성공이다. 따뜻한 가스가 가정으로 흐르는 만큼, 행정의 책임도 무겁게 흐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