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가 마침내 오랜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프로야구장 건립과 충남 자체 구단 창설 논의가 공식적으로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체육 인프라 확충이 아니다. 충남의 자존과 지역 정체성, 그리고 미래 산업 전략이 걸린 역사적 전환점이다. 충남도의회의 이번 논의는 매우 시기적절하다. 지금이 바로 충남이 대전 의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립·자존 시대를 열어야 할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야구는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지역 정체성 플랫폼이자 경제 동력이다. 한화 이글스가 대전을 대표하고 광주가 KIA 타이거즈를 품은 것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은 야구단을 도시 브랜드 강화와 경제 재도약의 핵심 엔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충남은 여전히 프로야구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도민의 열띤 야구 문화와 생활체육 저변이 이미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충남의 야구 열정은 ‘원정 응원’으로 흩어져 왔다. 이것이 과연 충남의 위상에 걸맞은 현실인가.
특히 충남과 대전의 행정 분리 36년, 그동안 충남은 자치·정체성·산업 구조 측면에서 스스로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문화·스포츠 부문에서는 여전히 대전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충남이 당당히 ‘충남 시대’를 선포하려면, 도민이 직접 응원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대표 스포츠 구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중심에 프로야구가 있다. 1200만 관중 시대, 스포테인먼트 산업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충남은 다시 수년을 뒤처질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장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다. 복합문화시설이자 관광·상업 인프라이며, 도시 성장의 촉매다. 지역 상권 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 교통·숙박 인프라 확충, 스포츠 관광 유치 등 경제 파급효과는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더구나 천안·아산권의 인구 규모와 교통 접근성, 산업 기반을 고려하면 충남은 이미 충분한 시장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의 열기와 수요를 제도화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충남 도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호한 결단이다. 계획만 논의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던 과거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충남도의회는 이번 논의를 단발성 이슈로 끝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 예산 반영, 부지 선정, 구단 유치 혹은 창단 방안 마련 등 실행 전략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여기에 각 시·군과 민간 기업, 중앙정부와의 협업 플랫폼을 구축해 속도를 내야 한다.
도민의 열망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생활체육 클럽 활성화, 지방 기업의 지역 스포츠 투자 증가, 젊은 세대의 스포츠 수요 확대 등 충남은 야구도시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 남은 것은 정부와 정치의 결단뿐이다. 충남도의회는 이 역사적 순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충남의 야구 독립’을 선언하고, 충남의 미래를 여는 담대한 첫 발을 내딛어야 한다.
지금이 충남 체육·문화 주권 수립의 시간이다. 충남은 대전의 응원석이 아니다. 충남은 스스로의 꿈과 팬덤을 만들 자격이 있다. 도민의 자존과 미래 세대의 기회를 위해, 충남만의 프로야구장을 향한 발걸음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충남도의회의 강력한 실행 의지와 결단이 충남 야구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한다. “지금 아니면 언제인가.” 충남의 대답은 명확하다. 바로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