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가 다시 한 번 절박한 목소리를 냈다. 행정수도 명문화, 대통령 집무실·국회의 완전 이전,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방재정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 13년간 국가 전체의 지방교부세는 30조 원에서 60조 원으로 두 배 늘었지만, 세종시의 교부세는 1,591억 원에서 1,159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행정수도 역할을 맡은 도시'가 중앙정부의 예산구조 속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는 기형적 상황이다.

교부세 감소는 단순한 회계 수치가 아니다. 행정도시로서 국가 핵심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세종시가 필수 기반시설도 갖추지 못한 채 도시 성장을 멈출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다. 세종지방법원 설계비 반영조차 정부안에서 빠졌다는 사실은 이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법원 설치 시점이 2031년으로 못 박혀 있음에도 10억 원의 설계비 반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중앙정부가 스스로 세종시를 ‘행정수도’라 부르면서도 실제 정책 prioritization에서는 후순위로 미루고 있음을 상징한다.

세종시는 분명히 말했다. "재정이 없는 행정수도 완성은 허상이다." 현실적 요구이자 불가피한 주장이다. 세종시는 다른 지자체와 경쟁하는 ‘일반 광역지자체’가 아니다. 국회와 대통령실, 중앙행정기관이 집약되는 대한민국 행정심장부로 설계된 도시다. 그럼에도 세종시에 적용되는 교부세 산정 방식은 인구 규모, 복지 지출, 행정 수요 등 일반 자치단체 기준을 단순 적용해 실질적 행정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 증가에 따른 도시 인프라 부담, 수도권·전국 단위 방문객 증가에 따른 공공서비스 비용, 국가 행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추가 재정 소요는 현재 교부세 체계에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어떤 결과가 올까. 세종시는 국가 행정 기능을 감당할 수 없는 재정 축소 도시로 전락하고, 행정수도 완성은 정치적 수사만 남은 허울뿐인 약속이 될 것이다. 이미 세종시는 한솔동 고분군 국가사적 정비사업, 제천횡단 지하차도 조성, 국립한글문화단지 조성 등 핵심 사업을 추진하는 데 난관을 겪고 있다. 도시성장 곡선의 정체는 곧 국가운영 효율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는 ‘세종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전체의 행정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다.

세종시가 이번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인 것은 단순한 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 조건을 국가가 이행해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다. 국정운영 효율성과 국가 균형발전을 목표로 만든 도시가 정작 예산 구조의 불합리로 인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면, 이는 정부가 만든 정책목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특히 지방교부세는 ‘지방의 기본적 행정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책무이다. 전국 유일의 행정수도라는 특수성을 지닌 세종시가 교부세 구조로 인해 필수 기반조차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 균형발전 의지 부족을 넘어 사실상 정책적 방치에 가깝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세종시의 절박한 요구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세종지방법원 설계비 10억 원 반영은 상징적 출발점일 뿐이다. 핵심은 세종시의 행정수요를 제대로 반영한 교부세 기준의 개편, 즉 세종시 재정의 ‘정상화’다. 행정수도 완성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겠다면, 예산 배분과 재정 체계를 국가적 위상에 맞춰 조정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종시는 더 이상 ‘미래의 수도’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이 작동하는 도시다. 국가가 만든 도시라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행정수도 완성과 교부세 정상화는 이제 ‘세종시의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행정경쟁력 회복을 위한 국가 명령이다. 정부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지금이 바로 응답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투데이충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