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의회 9대 의정의 시간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지난 3년여 동안 이 의회가 군민 앞에 남긴 성적표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조례 심사, 행정사무감사, 군정질문, 예산 심의 등 지방의회 본연의 권한을 형식적으로 행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336회 임시회를 끝으로 다시 한번 확인된 사실은, 서천군의회가 ‘얼마나 많은 지적을 했느냐’가 아니라 ‘지적 이후 무엇을 실제로 바꿨느냐’의 단계에서 번번이 멈춰 섰다는 점이다.
행정사무감사 결과만 해도 그렇다. 수십 건의 시정·개선 요구가 해마다 제시되지만, 이행률은 30% 남짓에 머물러 있다. 군정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놓아야 할 의회의 지적이 서류 한 장으로만 남고, 담당 부서는 수개월째 “추진 중”이라는 답변을 반복한다. 문제는 의회가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끝까지 책임 추궁과 예산 통제를 병행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시정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다면, 다음 예산안에서 해당 부서의 예산을 삭감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조사특위·청문회까지 가야 한다. 그러나 서천군의회는 늘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발 물러섰다. 강한 지적은 있었으나 강제력은 없었고, 질문은 날카로웠으나 표결은 둔했다.
군정질문에서도 중요한 쟁점은 다수 제기되었다. 신청사 부실 논란, 문화예술회관 신축의 재정 부담, 수상레포츠타운과 특화시장 방치 문제, 축제 난립과 보통교부세 페널티 문제, 공약 이행률 저조, 환경·보조금 관리 부실 등 민선8기 서천군정의 큰 허점들은 의원들의 질의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정작 정책이 바뀌고 예산이 뒤바뀌고 책임 있는 실무자의 문책이 이뤄졌는지는 묻기 어렵다. 다시 말해 의회는 문제를 ‘발견하는 역할’은 수행했지만, 문제를 ‘해결시키는 기관’으로서의 기능은 미비했다.
서천군의회가 스스로 항변할 수도 있다. 집행부의 ‘의회 경시’가 심각하며, 미흡한 자료 제출·사전 보고 미이행·정보축소 관행 때문에 제대로 된 심사가 어렵다고. 실제로 일부 의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의회를 대놓고 무시하는 수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는 사실 의회가 아닌 집행부의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의회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자료를 내지 않으면 회기를 연장하고, 제출될 때까지 상임위를 보류하고, 예산을 깎고, 감사원·행안부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 의회의 권한이다. 법이 이미 그 권한을 줬는데, 의회가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면 책임의 절반은 의회에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회의 홍보 행태다. 군의회는 해마다 수차례 보도자료를 내며 스스로를 “군민의 대변자”, “철저한 감시자”, “민주주의 최후 보루”로 포장한다. 그러나 홍보물 속 화려한 문장과 실제 의정결과의 간극은 너무 크다. 무엇을 고쳤는지, 어떤 사업을 막았는지,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가 보이지 않는다. 의원 개인의 사진과 행사 참여 소식은 많지만, 정책적 성과는 찾기 어렵다. 홍보는 성과를 기반으로 해야지, 존재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 지금 서천군의회 홍보물에서 빠져 있는 것은 바로 ‘의회가 실제로 바꾼 것들’이다.
민선8기 서천군정은 여러 사업에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예산 편성의 일관성 부족, 중장기 계획 부재, 사업 타당성 검증의 미흡, 보조금 관리 허점, 시설관리 부실 등 교정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런 군정을 바로잡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군의회다. 그런데 그 의회가 가장 중요한 도구인 예산·조례·감사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면, 결국 군정의 문제는 그대로 군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서천군의회 9대 의정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예산안 심사와 내년도 행정사무감사가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의회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존재 이유를 증명했는가?”
군민은 의회가 집행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군민이 바라는 것은 군정의 잘못을 바로잡아 세금이 올바르게 쓰이게 하는 일이다. 그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형식적 견제’라는 비판은 앞으로도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서천군의회가 남은 기간만큼이라도 변해야 한다. 지적에 그치는 의회가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의회로. 존재를 알리는 홍보가 아니라, 성과를 증명하는 의회로. 군민은 더 이상 말뿐인 견제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는 행동하는 의회, 책임지는 의회,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의회를 요구한다. 서천군의회는 그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