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생산량 70% 폭락에도 늑장 대응… 도 수산정책, 현장 현실 반영해야
“단순 방류로는 안 된다…과학조사·복원기술·공동관리까지 전면 재설계 필요”
천수만이 붕괴되고 있다. 그러나 그 위기를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짚어낸 이는 충남도의회 편삼범 의원(보령2·국민의힘)이다. 새조개 폐사와 생산 급감을 둘러싼 도의 안일한 대응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지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새조개는 영영 사라진다”는 뼈아픈 경고를 던졌다.
새조개는 천수만을 대표하는 핵심 어종이며, 보령·서천·홍성 일대 어업인의 생계와 지역 수산경제를 움직이는 생태 기반이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생산량이 70% 이상 급감했고, 2024년에는 사실상 어획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한 자원 감소가 아니라 ‘생태계 붕괴 신호’이자, 지역 경제를 뒤흔드는 구조적 위기다.
편 의원이 지적한 대로 도는 지금까지 “원인조사 미비→대응 지연→단순 방류 반복”이라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도 해양수산국은 국립수산과학원과 합동조사를 추진 중이라고 하지만, 이미 현장은 폐사·자원고갈 충격으로 어민들의 생계 위기가 현실화됐다.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시간만 소모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충남도가 천수만에서 실질적으로 진행한 사업이라 할 만한 내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모패(어미조개) 구입·관리 실험이 추진된 적은 있으나, 그마저도 효과분석·확대여부·어민 참여구조가 공개되지 않아 “사업은 있으나 정책은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초 데이터를 구축하고 복원사업을 과학화할 최소한의 체계조차 갖추지 못한 셈이다.
편삼범 의원이 이번 감사에서 제시한 ‘종합 복원 로드맵’ 요구는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그는 △수온·용존산소·저질 조사 등 해역 환경 정밀진단 △폐사 원인 학술연구 △인공종자 생산·기술실증 △어민 참여형 공동관리체계 △채취 규제 및 어장 보전 정책 등 행정·과학·현장·제도를 아우르는 통합계획을 요청했다. 이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그는 “새조개는 한 번 고갈되면 자연회복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산과학계에서도 반복해 경고해온 내용이다. 새조개는 생육속도가 느리고 환경변화에 취약해 무분별한 채취와 서식환경 악화가 겹치면 급격히 붕괴한다. 실제로 천수만은 여름철 고수온·저산소층 형성, 퇴적물 부영양화 등 복합적 악화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는 해역이다. 이 가운데 자원회복이 방류사업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은 정책적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도정은 여전히 ‘대책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머물러 있다. 새조개 자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회복 가능성이 줄어든다. 당장 내년부터 어장 자체가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충남도가 더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의 결단과 방향 전환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조치가 시급하다.
첫째, ‘천수만 새조개 자원복원 종합대책’을 연내 수립해야 한다. 목표·재정·관리방식·연차별 일정이 포함된 로드맵이어야 한다.
둘째, 해역 생태·환경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수온·저층 산소·퇴적물 변화를 상시 관리해야 한다.
셋째, 어민 참여형 공동관리체계가 필수다. 자원관리는 행정이 ‘대상’을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민이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지속 가능하다.
넷째, 채취시기·금획구역·서식지 보호 등 관리 제도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다섯째, 인공종자 생산·서식지 복원·실증기술 확보 등 과학적 복원사업을 정례화해야 한다.
이번 천수만 사태는 우연이 아니라 예고된 위기다. 그럼에도 충남도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전략을 갖추지 못한 채 미봉책에 머물러 왔다. 이런 때일수록 의회 감시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편삼범 의원의 질의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도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 막지 못하면 영영 늦는다’는 그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천수만 새조개 붕괴는 곧 충남 어업경제의 붕괴를 뜻한다.
충남도정은 더 이상 이 문제를 ‘부서 단위 사안’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생태의 미래’로 받아들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