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서천군의회 9대 의원들의 4년은 말 그대로 빛과 그림자가 분명하게 갈린 시간이었다. 조례 제정과 행정사무감사에서 일정한 성과를 쌓은 의원들이 있는 반면, 논란과 소송, 언행 문제로 군민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린 사례 또한 적지 않았다. 지방자치의 핵심 축인 군의회가 집행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잡음과 갈등으로 회기가 소모된 것은 엄연한 현실이며, 이제는 그 공과를 명확히 정리해야 할 때다.
먼저, 9대 의정에서 가장 분명한 성과를 남긴 의원들이 누구인가를 군민 앞에 밝혀야 한다. 이강선·한경석·김아진 세 의원은 의정의 ‘실제 내용’을 채운 인물들이었다. 이강선 의원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서천의 노인 빈곤 문제, 골목상권 침체, 문화시설 타당성, 해수유통 등 복잡한 구조적 문제를 지속해서 짚어냈다. 그의 의제들은 특정 지역구를 넘어 서천군 전체의 미래를 향한 방향성이 담겨 있었다. 더욱이 입법정책위원장으로서 조례 심사를 체계화한 것은 의회 전문성 강화를 위한 중요한 시도였다.
한경석 의원은 행정사무감사 조치결과 특별위원회를 이끌며 ‘감사 이후의 감사’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이 매년 형식적으로 반복되는 지방의회의 고질적 한계를 넘어, 집행부의 후속 조치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점검한 것은 그 자체로 의회의 존재 의미를 되살린 사례였다. 농촌유학, 침수 피해, 복지 사각지대처럼 군민이 체감하는 의제를 일관되게 다룬 점도 높게 평가할 대목이다.
김아진 부의장은 조례 제정과 연구모임, 그리고 선제적 정책 제안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교육·축산·기록관리·재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효성 있는 조례를 발의했고, 공영주차장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대비 발언처럼 국가정책 변화를 미리 읽고 대응 방향을 제시한 점은 의회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수행한 사례다. 이 세 의원은 의정 철학, 활동의 일관성, 군정 감시의 균형 면에서 명확히 ‘상(賞)’을 받을 만한 의원들이다.
그러나 의회의 성과를 말할 때, 그 뒤에 남은 책임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9대 의정기간 동안 발생한 징계·소송·막말 논란은 의회의 품격과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특히 이지혜 의원의 갑질 논란과 그에 따른 징계·소송 과정은 1년 넘게 이어지며 정책 논의보다 갈등 보도에 더 많은 지면을 차지했다. 법원의 조정 결과까지 이어진 것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의회 운영의 공공성까지 흔든 사건이었다.
홍성희 의원이 겪은 장애인 비하 표현 논란 역시 의회의 대표성 문제를 드러냈다. 공적 인물이 사용하는 언어는 군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직결되며, 부주의한 언행 하나가 의회의 전체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는 동안 의회가 군정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해명과 대응에 시간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의장단의 역할 또한 냉정히 되짚어야 한다. 김경제 의장은 이끄는 역할을 맡았지만, 군정질문·5분발언 등 직접적인 감시 활동에서는 다른 의원들보다 존재감이 약했다. 의장이 조정자 역할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민선8기 서천군정의 난제를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견제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는 최후의 민주적 장치다. 그러나 그 견제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의회 스스로의 품격과 책임이 뒷받침돼야 한다. 군정을 향한 강한 비판은 결국 스스로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때 비로소 힘을 가진다.
민선8기의 마지막 1년, 서천군의회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행정사무감사 조치결과의 실질적 이행을 끝까지 추적하고, 조례의 사후평가를 제도화하며, 군민 삶과 직결된 의제를 꾸준히 발굴하는 것이다. 동시에 의회 내부의 언행 기준을 엄격히 재정비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군민은 화려한 말보다 뚜렷한 행동을 원한다. 지난 4년의 성과와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남은 시간만큼은 진정한 ‘군민의 대의기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서천군의회가 스스로 남길 수 있는 최소한의 품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