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지사도 모른 채 벌어지는 행정의 허실, 도정·도의회 모두 각성하라
충청남도가 ‘탄소중립경제 특별도’를 선언한 지도 3년이 흘렀다. 그동안 도내 15개 시·군은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컵 보급, 일회용컵 보증금제 협력,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미사용 등 구체적 실천을 추진하며 탄소중립의 방향에 맞는 행정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러나 정작 이 정책의 정점에 있는 충남도청이 그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사실은 도정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역설이며, 도민을 기만하는 행정의 민낯이다.
최근 드러난 도청 일부 부서의 ‘일회용 종이 식탁보 제작·배포’는 충남도의 탄소중립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표적 행정 실패다. 도정 홍보 문구를 인쇄한 종이 식탁보를 대량 제작해 지역 식당에 무상 제공했다는 사실은, 충남도가 스스로 제정한 ‘일회용품 사용 제한 조례’는 물론, 15개 시군이 어렵게 추진해 온 감소 노력과도 배치된다. 시·군이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충남도는 일회용 종이 식탁보라는 또 다른 쓰레기를 추가로 유발하는 모습이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정책의 앞뒤가 맞지 않는 전형적 행정 모순이며, 탄소중립 특별도라는 슬로건이 왜 도민들에게 신뢰를 잃어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충남도의회가 사실상 아무런 감시 기능도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러한 명백한 정책 역행이 지적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도의회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한다. 도의회는 도정의 허점을 파악하고 바로잡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도민 생활과 직결된 환경문제, 더구나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탄소중립과 친환경 정책에 대한 감시·견제는 선택이 아니라 의회의 본연의 책무다. 이를 방기한 도의회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충남도의 탄소중립 정책의 상징이자 최종 책임자인 김태흠 지사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보고받았는지조차 의문이라는 점이다. 만약 지사가 알고도 방치했다면 이는 정책 철학이 흔들리는 중대한 문제이며,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실·국장들과 담당 부서가 도지사 기조와 반대되는 정책을 현장에서 벌이고 있다는 심각한 행정 통제 실패다. 어느 쪽이든 충남도의 행정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뜻하며, 즉각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탄소중립경제 특별도’라는 거대한 슬로건은 일회용컵 하나를 줄이는 생활 실천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도내 15개 시군이 한목소리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충남도가 종이 식탁보라는 새로운 일회용품을 대량 생산·배포하고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는 도정 철학의 부재, 컨트롤타워의 부재, 행정 책임성의 부재가 만들어낸 총체적 실패다.
충남도는 더 이상 이런 허술하고 모순된 행정을 감출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일회용 종이 식탁보 제작·배포 즉각 중단 △도청·산하기관의 모든 일회용컵·일회용품 사용 전면 금지 △종이 식탁보 없는 식당 이용 우선 캠페인 △15개 시군과의 일회용품 정책 정합성 재정비 △김태흠 지사 직속 환경정책 점검 TF 구성 등 근본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도의회 역시 도정을 견제하기 위한 감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정책은 거창한 포장이나 슬로건이 아니라 작은 실천의 일관성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충남도는 그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김태흠 지사와 충남도의회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탄소중립의 근본을 되살리는 실천과 검증에 즉각 나서야 한다. 도민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기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