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와 충남도의회가 추진 중인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부울경과의 협력 간담회까지 열며 초광역 추진을 강조하지만, 정작 충남 도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통합이냐”는 분노에 가깝다. 최근 순회 설명회와 각 시군 의견 청취 과정에서도 이런 현실은 여실히 드러났다.

일부 시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있었으나, 이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군민들은 “정작 주민은 모른다”, “정치권끼리 쇼를 하고 있다”는 거센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 현장에서 나온 의견의 핵심은 통합 찬반이 아니라 “대전·충남 통합 문제보다, 충남 내부 통합부터 우선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충남도는 시군 간 협력 체계조차 완성하지 못했고, 행정 기능도 지역 불균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대전과의 외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우선순위조차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설명회에서 반복된 도민들의 반응은 단순한 의구심이 아니다.

“천안·아산이 경제 중심지로 치고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왜 대전과 통합을 하나?”

“충남 발전은 눈에 보이는데, 왜 굳이 거꾸로 가나?”

현장에서 실제로 나온 “볼펜을 내려놓게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통합 얘기”라는 반발은 도민 정서를 정확히 보여준다. 충남의 성장 동력이 북부권(천안·아산)을 중심으로 강해지는 흐름 속에서 오히려 ‘대전 중심의 통합’은 충남 발전 동력을 흩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충남도의 ‘정책 일관성 붕괴’다.

충남도는 과거 대전시대를 청산하고 독자적 행정 축을 세우기 위해 내포신도시(예산·홍성)를 조성하며 행정 중심을 북상시켰다. 이 결정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충남 전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남쪽으로 내려가 대전과 통합하겠다는 발상은 스스로 추진한 행정철학을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도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의심이 강하게 제기된다.

“내포시대 만들자더니, 왜 다시 대전 시대냐?”

“행정의 패러다임이 이렇게 쉽게 뒤집히는 게 말이 되나?”

충남도와 도의회의 통합 추진 방식도 문제다. 국정감사에서 ‘찬성 과반’이라는 여론조사 수치만 들고 나오는 반면, 정작 조사의 설문 문항, 조사의 조건, 평가 기준 등 도민이 알아야 할 기초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도민 토론회도 제대로 열지 않고, 주민 설명회는 기초단체장 몇 명을 불러 “의견 들었다”고 주장하는 수준이다. 이쯤 되면 ‘도민 공론화’는커녕 ‘도민 배제 통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다.

지역 정체성, 재정 배분, 경제권 재편, 생활권 변화 등 충남의 미래와 직결된, 매우 큰 구조개편이다. 이런 중대 사안을 도민의 판단 없이 정치권끼리 논의하고, 도민의 감정과 현실을 무시한 채 밀어붙인다면, 통합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충남도민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첫째, 통합 필요성의 근거를 충남도와 도의회가 투명하게 제시하라.

경제성 분석, 재정 효과, 대전·충남 간 산업 구조 차이, 생활권 변화 등을 수치와 시나리오로 공개해야 한다.

둘째,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열어라.

본인들이 북치고 장구 처대는 그런 토론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군 순회 토론회, 도민들이 신뢰하는 전문가 공개검증, 주민 설명회는 ‘의무’이지 선택이 아니다.

셋째, 최종 판단은 주민투표로 해야 한다.

정치적 타협이나 도의회 표결로 통합을 결정할 권한은 정치권에 없다. 도민의 삶이 바뀌는 문제는 도민이 결정해야 한다.

충남은 지금 천안·아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제조·산업 성장 축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충남 스스로의 성장 가능성이 역사상 가장 커지고 있는 때, 대전과의 통합은 도민의 상식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도민이 빠진 통합 논의는 어떤 명분도 가질 수 없다.

충남도와 도의회는 더 이상 도민을 배제한 정치적 ‘쇼 통합’을 멈추고, 도민에게 먼저 묻는 민주적 절차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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