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음식 콘텐츠를 활용한 충남관광 활성화 연구모임’의 최종보고회는 충남 관광정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병천순대, 호두과자, 보리고추장 등 지역 대표 음식에 스토리라인을 입히고, 체류형 미식관광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은 충분히 미래지향적이다. 특히 이현숙 의원이 강조한 대로 “충남이 음식으로 기억되는 지역, 맛으로 다시 찾는 관광지”로 도약하기 위한 연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남 관광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은 의원의 정책 제안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해야 할 행정의 구조적 문제다. 지금 충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심각한 모순은, 좋은 정책과 콘텐츠가 나오고 있음에도 이를 실행해야 할 행정조직과 산하기관들이 정작 그 취지와 방향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오래된 행정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충남방문의 해 먹거리·관광 홍보사업이다. 충남의 정체성을 담아낸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임에도 충남문화재단을 포함한 산하기관들이 지역 기반 언론을 배제하고 외부 언론과 협업해 혈세를 집행했다. 충남의 콘텐츠를 충남 밖으로 유출하는 결정이었고, 지역 생태계의 선순환을 끊어버린 행정의 대표적 실책이었다. 이것은 특정 언론을 위한 논쟁이 아니라, 행정이 지역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공공성의 관점’을 망각한 사례다.

이현숙 의원의 정책 비전은 분명하다. 음식문화의 가치와 이야기, 현장 체험, 지역 축제, 야간관광을 결합해 충남형 미식관광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행정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절대 실현될 수 없다. 좋은 정책을 제시하는 의원과 이를 현장에서 구현해야 할 행정 간의 간극, 바로 이 부분을 충남도의회가 더욱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번 사설의 초점이 이현숙 의원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의원이 제시한 지역 공동체 협력 전략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행정 운영체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충남도의 산하기관들이 제대로 된 행정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외부 의존적 사업을 반복하는 현 구조는 반드시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광역의회인 충남도의회의 책무는 단순히 정책 발굴이나 연구보고서 채택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정책의 방향성과 철학을 정확히 이해하고, 산하기관들이 이를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적 견제·감독의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정책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행정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바로 이것이 광역의회의 존재 이유이자 책임이다.

충남 음식관광 활성화는 콘텐츠와 정책 방향성은 이미 갖춰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행정이 이를 바로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실행체계를 구축하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이다. 충남도의회는 산하기관의 관행적 외부 의존, 지역 생태계를 외면하는 예산 집행 방식, 지역 언론 배제 등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한다.

정책은 이미 준비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행정이 그릇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충남도의회가 그 책임을 다하고, 충남도 산하기관들이 공공성의 원칙을 회복할 때 비로소 충남 음식관광 정책은 지역경제와 지역문화 생태계를 함께 살리는 진정한 정책으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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